“젊은층을 사로잡아라” 국내 자동차 업계에 ‘컬러 마케팅’ 바람
경차, 소형차, 소형SUV 두드러져 GM 쉐보레 ‘스파크’ 독특한 색상
한국시장 전용 ‘코럴 핑크’ 선보여
현대차 ‘코나’는 색상 절반이 유채색
국내 자동차 업계에 개성 넘치는 색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는 ‘컬러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경차와 소형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진다. 자동차 색상으로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젊은층이 주 고객층인 시장이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등 완성차 업체 역시 이 같은 흐름에 맞게 과감한 색상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국내 경차 시장을 주도하는 차량 중 새로운 색상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스파크가 대표적이다. 쉐보레는 다른 차급에서는 시도하지 못해 온 개성 넘치는 색상을 스파크에 적용하고 있다. 차체가 작을수록 산뜻한 색상이 잘 어울린다는 특징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쉐보레 스파크는 2018년형 출시에 맞춰 ‘코럴 핑크’ 색상을 새롭게 선보였다. 코럴 핑크는 이미 여성 메이크업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인기 색상이다. GM은 국내 20, 30대 여성들의 이 같은 선호도를 반영해 한국 시장 전용 색상으로 코럴 핑크를 도입했다.
쉐보레가 스파크에 핑크 색상을 도입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파크는 1세대 모델부터 적극적인 컬러 마케팅을 펼쳐왔다. 2012년 출시됐던 스파크 ‘모나코 핑크’가 대표적이다. 당시 GM은 화이트나 블랙 등 무채색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을 역으로 공략하기 위해 모나코 핑크를 출시했다. 그 결과 여성 소비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전체 판매량 중 23%가 모나코 핑크였을 정도다. 스파크 모나코 핑크 색상을 갖고 있는 직장인 윤모 씨(33·여)는 “스파크는 내 생애 첫 번째 자동차다. 무난한 흰색이나 검은색보다는 개성 넘치고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을 선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GM 관계자는 “1세대 스파크는 모나코 핑크뿐 아니라 ‘아이슬랜드 블루’ ‘허니멜로’ 등 독특한 색상을 꾸준히 선보였다. 이전까지 무채색이 대부분이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처음으로 컬러 마케팅 바람을 일으킨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현대·기아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와 ‘스토닉’도 개성있는 색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주 고객층이 젊은 감성과 개성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다양한 색상을 출시했다. 코나의 경우 총 10가지 색상 중 5개 색상이 유채색이다. 스토닉 역시 총 7가지 색상 중 4개 색상을 유채색으로 선택했다. 대형 및 고급차인 K9, 제네시스 등이 무채색 위주로 출시된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선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차급이나 특정 차종의 제품 콘셉트, 타깃 고객군의 특성 등에 따라 자동차 색상을 다르게 선택한다. 젊은 고객층이 주를 이루는 소형차급은 대형, 고급차보다 다양한 색상과 유채색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흐름”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동차를 선택할 때 화이트나 블랙 등 무난한 색상을 선택한다. 모바일이나 가전제품 등에 비해 사용주기가 길어 유행을 타지 않고, 질리지 않는 색상을 고른다. 이는 반대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개성을 담으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색상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색상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까.
GM 디자인센터는 1년 단위로 새로운 컬러 흐름을 연구·분석한다. 각국에서 새로운 색상을 개발하면 매년 각 국가 및 지역별로 제안된 색상을 글로벌 디자인 회의를 통해 1차 선정한 뒤, 실제 차량에 도입해 본다.
쉐보레 스파크에 도입된 핑크 컬러는 한국GM 디자인센터에서 제안한 색상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핑크 컬러를 선택하기까지 각국 디자인 담당자들의 많은 의구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GM은 다양한 근거자료를 내세워 1세대 스파크에 모나코 핑크 색상을 적용했고,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색상을 개발한 뒤 이름을 붙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차종별 이미지나 콘셉트에 따라 어울리는 이름을 쓰기도 한다. 최근에는 색상 자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나 기술적인 내용을 함축한 명칭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실제로 도심에서의 활동성을 강조한 쏘울의 경우 과일이나 음식을 테마로 이용했다. ‘바닐라 셰이크’ ‘와일드 오렌지’ 등이다. 최근 출시된 기아차 스팅어에는 채도를 의미하는 ‘크로마(chroma)’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색상명을 정했다. ‘하이크로마’ ‘딥크로마’ 등이다.
한국GM 디자인센터 컬러앤트림팀 김홍기 팀장은 “시장에서 유행하는 색상뿐 아니라 제품과 만났을 때 콘셉트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색상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고 연구한다.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색상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색상을 더 고급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연구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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