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이곳에서 20년을 영업했습니다. 임차 상인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연장이 안 된다고만 말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요?”
21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열린 ‘임차업체 간담회’에서 한 여성 상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주위에 있던 대여섯 명의 상인은 ‘국가 귀속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이날 민자역사를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입점해 있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입점한 롯데역사 등 3개의 민자역사는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연말 국가 귀속을 통보받았다. 당장 문을 닫게 된 입점 상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간담회에는 신설 조직인 ‘민자역사 관리단TF’ 직원 4명이 참석했다. 이 TF는 서울역, 영등포역, 동인천역의 국가 귀속과 입점업체 의견 수렴을 맡는 조직으로 20일 인사발령이 완료됐다. 하지만 이들은 임차 상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구체적인 답변 대신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부분의 입점 상인이 요구하는 것은 “영업을 지속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상인은 “점용허가 기간 3개월을 앞두고 국가 귀속을 통보하면 지금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해 온 금액은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말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1, 2년간의 임시 사용허가 외에 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원칙만 고수했다. 민간기업의 민자역사 사용 기한을 정한 국유철도재산활용법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논리였다. 은찬윤 한국철도시설공단 민자역사관리단장은 “점용 허가기간 연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민자역사 업체와 상인들에게 1, 2년의 임시 사용허가를 내준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세부 계획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상인들이 답답해했다. 임차 상인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폐업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판매 형태는 △상품을 백화점에 외상으로 준 뒤 팔린 만큼 수수료를 내고 돈을 받는 특약매입 매장 △매장을 임차해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불하는 임차 매장 △백화점이 직접 운영하는 직매입 매장 등으로 나뉜다.
영등포 민자역사가 국가에 귀속된 뒤 그 시설의 사업권을 롯데백화점이 다시 가져오더라도 임차 매장은 당장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행 국유재산법에 따라 사용 허가를 받은 자는 재임대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 미용실, 식당 등이 재임대 매장에 해당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내 700여 곳의 매장 중 약 15%에 해당하는 110여 곳이 재임대 매장이다.
국토부는 올해 말로 민간사업자의 점용기간이 끝난 민자역사 세 곳의 임시 사용허가 기간을 연내에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향후 경쟁입찰을 통해 정식으로 주어질 사용허가가 5년인 만큼 임시 사용허가 기간은 그보다 짧은 2년 이내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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