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48년만에… 김준기 동부회장 퇴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여비서 상습추행 혐의로 피소… “물의 빚어 주주-임직원에 사과”
후임에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 선임

여비서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73·사진)이 21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신임 그룹 회장에는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80)이 선임됐다.

김 전 회장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그리고 동부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제 개인의 문제로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19일 30대 전 여성 비서 A 씨로부터 상습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A 씨는 김 전 회장이 사무실에서 자신의 몸을 수십 차례 만졌다며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동부그룹 측은 일부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이 없었고, 전 여비서가 협박용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100억 원 이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남으로 1969년 고려대 재학 중 미륭건설을 창업했다. 이후 사업을 키워 금융, 보험, 석유화학, 전자 등으로 업종을 확장했다. SK그룹이 올해 초 LG그룹으로부터 인수한 SK실트론의 뿌리인 ㈜코실은 동부그룹이 미국 몬산토와 합작해 세운 기업이다.

김 전 회장은 ㈜코실을 통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해 국내 최초로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했다. 2005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맡았고, 같은 해 동부그룹 회장이 됐다.

김 전 회장의 후임에는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근영 동부화재 고문이 선임됐다고 동부그룹은 밝혔다. 행정고시(6회) 출신의 신임 이 회장은 광주지방국세청장, 국세심판소장, 재무부 세제실장을 거쳐 한국투자신탁 사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한국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등을 지냈다. 동부그룹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김준기#동부그룹.회장#퇴진#여비서#성추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