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年 1억병 판매 국민 소화제 “변신은 나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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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인기 유지한 동화약품 ‘부채표 활명수’

스카치테이프, 호치키스, 포스트잇 등은 특정 기업의 상표가 보통명사로 굳어진 사례다. 스카치테이프는 셀로판테이프, 호치키스는 스테이플러 등 원래 해당 제품을 부르는 보통명사가 있지만 이 제품들이 워낙 큰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명이 보통명사의 자리를 대신했다. 국내에도 브랜드가 고유 명사화된 경우가 있다. 액체 소화제의 대명사 ‘활명수’도 그중 하나다. 활명수는 부채표라는 상표와 함께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될 때 마시는 소화제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활명수는 올해로 출시 120주년이 된 스테디셀러 브랜드다. 1897년생으로 아스피린과 동갑이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제1호 브랜드’다. 두 세기 전에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여전히 1년에 1억 병씩 팔린다. 동화약품이 활명수로 벌어들이는 매출만 1년에 540억 원에 이른다. 제품 인지도가 99.3%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갤럽·2015년 기준)도 있으니 활명수라는 브랜드는 대한민국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제품의 수명 주기가 날이 갈수록 짧아지는 시장 상황에서 활명수가 120년을 꾸준히 사랑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32호에 실린 동화약품 ‘활명수’의 장수 비결을 요약해 소개한다.

○ 궁중 비방과 양약의 장점을 접목

활명수는 대한제국 원년인 1897년 9월 세상에 나왔다. 요즘으로 치자면 경호실 간부쯤에 해당하는 선전관 노천(老川) 민병호 선생이 궁중 비방에 양약의 이점을 더해 활명수(活命水)를 개발하고 동화약품의 전신인 동화약방을 창업한다. 활명수는 한약처럼 오랜 시간 달여서 먹어야 하는 약이 전부였던 시절에 그 편리함과 신속한 효력 덕분에 출시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왕정국가였던 당시 상황에서 궁중의 비방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을 위한 약을 만들었기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다. 요즘에도 재벌가나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식의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당시에 왕족들의 비방을 활용해 만든 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활명수라는 네이밍 전략도 탁월했다. 활명수는 ‘목숨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이다. 활명수 출시 시점에 국운이 기울어 많은 국민은 끼니를 걱정했다. 당장 언제 무엇을 먹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 한 번 먹을 것이 생기면 폭식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1890년대 한양을 찾은 영국인 여행가 이사벨라 비숍이 남긴 자료에는 ‘조선 사람들은 한 사람이 3, 4인분을 먹어 치우고 3, 4명이 앉으면 20∼25개의 복숭아와 참외가 없어지는 건 다반사’라고 적혀 있다. 지금보다 몸집이 작은 당시 사람들이 이렇게 밥을 많이 먹은 이유는 다음 끼니를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에 대식을 하다 보니 불규칙한 식사로 배앓이가 잦았다. 하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급체와 토사곽란만으로도 목숨을 잃은 이가 많았다. 활명수는 당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약이었고 그래서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네이밍은 시대를 앞서 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랜드 관리 전략도 흥미롭다. 1900년대 초반에는 브랜드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브랜드 도용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활명수는 당시 브랜드 보호 측면에서 대단히 선구적인 선례를 남긴다. 동화약방은 활명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채표를 1910년 8월 15일에 우리나라 최초로 상표 등록을 한다. 특허와 상표의 중요성을 발 빠르게 인식한 조치였다. 이어 같은 해 12월 16일에는 활명수도 상표 등록을 한다.

○ 트렌드 및 시장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활명수는 출시 이후 꾸준히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았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대별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활명수가 ‘국민 소화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과거에만 갇혀 있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1967년 출시한 ‘까스활명수’가 대표적 예다. 1960년대 중반 사이다와 콜라 등 탄산음료가 유행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한 동화약품은 활명수에 탄산가스를 첨가한 ‘까스활명수’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끈다. 1991년에는 기존 까스활명수를 개선한 ‘까스활명수-큐’를 선보이며 라인업 다변화에도 성공한다. 또 2015년에는 여성용 ‘미인 활명수’를 선보인 데 이어 2016년에는 어린이용으로 스틱형 10mL 제품인 ‘꼬마 활명수’를 출시하면서 고객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유통채널 세분화를 위해 ‘까스활’이라는 제품을 2012년에 내놓으며 편의점 시장에도 진출했다. 일반 의약품인 까스활명수에 비해 까스활은 의약외품이기 때문에 편의점 및 드러그스토어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두 제품의 효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젊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

120년 동안 ‘국민 소화제’ 지위를 유지한 활명수의 최대 고민은 바로 ‘올드한 이미지’였다. 너무 오랜 기간 브랜드명이 유지된 까닭에 젊은 세대 사이에선 고전적인 제품 아니냐는 이미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활명수가 젊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선택한 장르는 ‘힙합’이다. 활명수는 8월 인기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와 협업에 나섰다. 브랜디드 콘텐츠 캠페인을 통해 활명수에 쇼미더머니의 트렌디한 스타일을 입힌다는 계산이다. 브랜디드 콘텐츠 캠페인이란 기업이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쇼미더머니6에 출연한 인기 가수 박재범과 공동 작업을 통해 발표한 ‘리본(Reborn)’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는 누적 조회수 800만 건을 넘기며 젊은층의 인기를 얻었다.

동화약품은 힙합과의 접목 외에도 다양한 기념판을 선보이면서 젊은 소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기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와 함께 ‘활명수 119주년 기념판’(450mL·4종)을 선보였다. 카카오 프렌즈 인기 캐릭터인 프로도, 라이언, 네오 등을 활용해 네 종류의 병 디자인을 선보였다. 병 전면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활명수 탄생 119주년을 축하해주는 모습도 담았다.

김동원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까스활을 앞세워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 등을 공략하고 다양한 콘텐츠 및 브랜드와 협업을 하면서 활명수는 장수 브랜드가 빠질 수 있는 진부함의 함정에서 벗어나 미래 소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부채표#활명수#동화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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