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팩 브랜드 ‘AHC’ 보유
홈쇼핑 주력해 작년 매출 4300억… “한국 화장품 위상 높인 대박 계약”
국내 화장품 브랜드 ‘AHC’의 제조사인 카버코리아가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 약 3조 원에 인수됐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
25일 유니레버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킨케어 업체인 카버코리아를 베인캐피털과 골드만삭스로부터 22억7000만 유로(약 3조629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니레버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베인캐피털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과 이상록 카버코리아 회장의 지분을 합한 총 96%의 카버코리아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지난해 6월 4300억 원에 카버코리아 지분 60%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이다.
1999년 설립된 카버코리아는 홈쇼핑 채널에 주력하고 있는 브랜드 ‘AHC’를 보유한 토종 화장품 브랜드다. 주력 상품은 마스크팩으로, 고가의 아이크림 성분을 얼굴 전체에 바르는 콘셉트의 제품으로 홈쇼핑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카버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4295억 원, 영업이익 180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174.4%, 272.6% 늘어났다. 지난해 베인캐피털의 지분 투자 이후 면세점 오프라인 채널로 확장하면서 외형도 넓히고 있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업체의 M&A는 국내 업체들 간에 이뤄져 왔지만 이번엔 글로벌 기업이 전격 인수하면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화장품 M&A 중에서는 2010년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4667억 원에 인수한 것이 최고가다. 이번 계약이 국내 화장품 M&A 최고가를 6배 가까이 올려놓은 것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유니레버가 카버코리아를 인수한 배경을 놓고 중국 시장 공략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베인케피털은 카버코리아 인수 이후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주력해 왔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에도 카버코리아는 아직까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니레버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중국 시장 매출이 20% 넘게 떨어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이번 인수로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AHC를 적극 활용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고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화장품 업체가 사드 여파로 역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점을 이미 찍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베인캐피털은 향후 다른 국내 기업에도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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