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OLED 도약위해 中공장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가슴이 답답∼합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사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중국 광저우(廣州)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설립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며 미뤄지는 데 대한 심경을 밝힌 것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 부회장은 26일 저녁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8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났다. 한 부회장은 “지금 우리가 액정표시장치(LCD)로 중국에 이길 수 있겠느냐. (최신 기술인) OLED로 가야 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는 사실상 없다”며 “중국 공장 설립은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7월 25일 광저우에 8.5세대 OLED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총 자본금 2조6000억 원 중 70%에 해당하는 1조8000억 원을 LG디스플레이가 대고 나머지는 광저우시가 내는 방식이다. 계획대로라면 세계 O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업체가 해외 공장에서 대형 OLED를 생산하는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이달 18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차질을 빚었다. 백 장관은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라고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기술과 인력 유출에도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발언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해외보다는 국내에 투자해달라’며 사실상 중국 투자를 반대한 셈이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민간기업이라도 반도체, OLED 등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할 땐 산업부 장관에게 사전 신고하거나 승인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18일 3만4000원이던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26일 3만500원으로 10.29%나 떨어졌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 때문에 승인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부회장은 “지금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경기 파주에는 더 이상 부지가 없다”며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할 때 지금은 관세가 5%이지만 향후 중국 정부 뜻에 따라 15%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핵심인 설계는 국내에서 하고 생산만 중국에서 하는 것”이라며 “중국 공장에서 생산만 하기 때문에 기술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시스템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산업 특성상 국내에 공장을 짓는다고 대규모 고용이 발생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사정을 정부에 잘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 장관은 이와 관련해 27일 “일부러 중국 공장 증설 허가를 안 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17’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술 유출을 철저히 봐야 한다는 것이고, 원론적인 관점에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평가를 거쳐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신중하게 위원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전기전자전문위원회가 별도의 소위원회를 꾸려 검토하고 있는 데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도 거쳐야 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한상범#oled#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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