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는 뼈에 붙은 고기 자체가 하나의 요리다. 뼈에 붙어 있는 살점이 다른 부위보다 더 맛있기도 하며, 조리 과정에서 뼈의 풍미가 고기에 배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류와 달리 참치의 나카오치(등뼈에 붙은 갈비살)는 그 자체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 기름지고 고소해 맛은 좋지만 손질하기 힘들고, 손질을 해도 깔끔하지 않아 사시미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보통 다른 요리의 부재료로 사용된다. 갈비살을 갈아 덮밥으로 만든 마구로돈(참치덮밥)이나 초밥으로 만든 네기토로(군함말이 초밥)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의 마구로마트는 이 부위를 다른 방법으로 살려냈다. 고객들에게 길이 40cm의 참치 갈빗대를 통째로 제공해 손님들이 숟가락으로 갈빗대의 사이사이를 긁어먹게 만든 것이다. 갈비살을 손질할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2000엔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이 메뉴는 가게의 ‘시그너처 메뉴(대표적인 간판 메뉴)’가 돼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지금이야 일본에서 참치가 인기가 있지만 이렇게 인정받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심해에서 잡히는 참치를 육지로 배송해오면 이미 부패해 있어 먹을 수 없었다. ‘고양이도 먹지 않는 생선’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버림받던 참치에 대한 재발견은 버려진 공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일본 수출품을 전 세계 곳곳에 실어 나르는 화물기가 본국으로 돌아올 때 텅 빈 채로 오는 걸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미국 등지에서 값싸게 거래되던 참치를 냉동해 싣고 오면서 참치의 인기가 올라가고 대중화가 이뤄졌다. 마구로마트도 이처럼 버려지는 것들에서 기회를 찾았다. 버려지는 참치 부위인 갈비살을 활용해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시그니처 메뉴와 코스를 만들었다. 버려지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 어찌 보면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혁신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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