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 11개월만에 나란히 뒷걸음… ‘추석특수’도 실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8월 소매판매-설비투자 감소… 10월 BSI도 17개월째 부정적
정부는 “3% 경제성장률 가능”

추석 경기가 심상치 않다. 북한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 생산, 투자 등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이 일제히 침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열흘이라는 최장 기간의 연휴를 앞뒀지만 내수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있다.

○ 소비, 투자 나란히 뒷걸음질

29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0%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0.3% 줄어들며 7월(―5.1%)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2016년 9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밥상물가 상승과 살충제 잔류 계란 파동, 기저효과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 소비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감소는 그간 증가세를 이끌어온 반도체 업체의 투자가 한풀 꺾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기가 바닥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건설 공사 실적도 전달보다 2.0% 줄었다. 건설 수주는 1년 전보다 3.4% 감소하며 두 달 연속 줄었다. 8·2부동산대책으로 우려됐던 건설 경기 위축이 본격화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체 산업생산은 증가율이 0%로 한 달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제외하면 감소했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어둡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집계한 결과 10월 전망치가 92.3으로 17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이는 다음 달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본 업체가 긍정적으로 전망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통상 추석이 끼어 있는 달에는 ‘추석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망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월 전망치가 9월(94.4)에 비해 오히려 2.1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된 데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까지 많아 이번 추석은 ‘대목’답지 않게 조용하게 지나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정부 “그래도 올해 3% 성장 가능” 고집

정부도 연말로 갈수록 경기 회복세가 꺼져 가고 있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획재정부가 전날 추석을 앞두고 15개에 이르는 혁신성장 대책 추진 일정 등을 포함한 ‘미니 부양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에도 여전히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고집한다. 반면 한국은행 등 국내외 관련 전문기관들은 2%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어 차이를 보인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이미 상반기(1∼6월) 성장률이 2.8%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3%를 달성하려면 하반기에만 3.2% 성장률이 나와야 하는데 정부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김지현 기자
#추석#경기#소비#투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