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추석 황금연휴 동안 부동산시장도 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안정세를 보였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그동안 긴 명절 연휴는 부동산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돼 왔다. 이번 추석 연휴 이후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추가 대책 나올 때까진 관망세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이후 전반적인 집값이 보합 또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정부의 추가 규제 때문에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국지적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거래량이 받쳐 주지 못해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지방 집값의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탄탄한 서울의 집값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오르겠지만 입주 물량이 몰린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은 집값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오름세를 보인 서울 재건축시장의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일부 단지가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반짝 상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의 ‘50층 재건축’이 사실상 허용되는 등 이벤트성 호재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겹쳐 향후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정부의 추가 대책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현재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현재 예고된 대책은 이달 중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이다. 이들 대책의 강도 수위에 따라 주택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10월에 나올 추가 대책이 다주택자의 매물을 얼마나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를 건드리지 않으면 (정부의) 기대만큼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실탄 확보됐다면 내 집 마련 나서야
내 집 마련 시기를 고민하는 실수요자는 구입 자금만 준비됐다면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내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따른 급매물을 기다리기엔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내년 4월까지 급매물을 기다려 보라는 의견도 있었다.
새 집이 귀한 서울과 일부 지역의 청약 열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무주택자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청약에 도전하라는 조언도 많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이 유리한 사람은 부모와 세대합가를, 반대로 집이 있는 부모와 함께 사는 부부는 세대분리를 통해 가점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라면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것을 추천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규제 의지가 강력해서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수익형 부동산 가운데 구체적인 추천 상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꼬마빌딩”을 유망상품으로 꼽았다. 김덕례 실장은 “상가 겸용 주택은 일정한 월세를 받으면서 직접 거주할 수도 있어 수익률과 안정성이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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