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회적기업 42%가 ‘속빈 강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문재인 정부가 양극화, 고령화, 일자리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10곳 중 4곳은 정부가 정한 최소한의 매출도 내지 못하고 있다. 노무(勞務)나 회계 관련 규정을 위반한 기업도 3곳 중 1곳에 달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회적기업 경영 실적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015년 고용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1506곳 중 636곳(42.2%)의 연 매출이 노무비(복리후생비를 제외한 인건비)의 50% 미만이었다.

고용부는 연 매출이 노무비의 50% 이상인 기업에만 사회적기업 인증을 부여한다. 일반 기업처럼 많은 이윤을 내지 못하더라도 자생력을 갖추려면 매출이 노무비의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10곳 중 4곳은 직원 인건비의 절반도 스스로 조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적기업은 장애인, 탈북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서비스 제공과 같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시하는 기업을 뜻한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고용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 최대 5년간 직원 임금과 사회보험료, 사업개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정부 지원에 힘입어 2012년 774곳이던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1716곳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수석비서관 자리를 청와대에 신설하는 등 사회적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안에 사회적기업 활성화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허술한 관리감독이다. 고용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점검을 벌이지만 매출을 얼마나 내는지는 감독 대상이 아니다. 한 번 인증을 받으면 그 효력이 계속 유지돼 일반 기업이라면 당장 폐업해야 할 정도로 수익 구조가 나쁜 기업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버틸 수 있다.

불법을 저지른 기업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 사회적기업 1716곳 중 615곳(35.8%)은 노무나 회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당국에 적발됐다. 2015년 적발된 사회적기업은 717곳으로 전체 기업의 절반 가까이(47.6%)나 됐다. 현행법상 고용부는 사회적기업이 법을 위반하면 40만∼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없었다.

고용부 이성룡 사회적기업과장은 “경미한 위반이라 시정 조치만 내렸다”며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타내는 등 중대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하고 인증을 취소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결혼중개업으로 고용부의 인증을 받은 한 사회적기업은 유령 직원을 내세우고, 근무일수나 마케팅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정부 지원금 6400만 원을 가로챘다가 경찰에 적발돼 인증이 취소됐다. 이처럼 정부 지원금을 타낼 목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다 적발돼 인증이 취소된 건수는 2014년까지 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건으로 늘었다. 올해에는 이미 12건에 이른다.

이 때문에 사회적기업 가운데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한 기업 중 인증을 받은 비율은 2012년 44.8%였지만 매년 높아져 지난해에는 86.6%에 달했다. 문 의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공헌이라는 사회적기업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동시에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인증 단계를 강화해 내실 있는 기업을 가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사회적기업#문재인 정부#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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