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불리는 한국 서해 갯벌에서는 하얀 금(金)이 난다. 갯벌에 바닷물을 가둬 만든 염전에서 긴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만들어지는 소금인 천일염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의 천일염은 염전에서 햇볕과 바람으로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만든다. 이와 같이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만조 때 염전의 저수지로 밀려 들어온 바닷물이 증발지에서 농축돼 염전 끝 결정지에 이르면 하얀 알갱이가 되어 맺힌다. 이게 마치 꽃처럼 보인다 하여 소금꽃이라고 부른다. 이 소금꽃에 우리 어업인들의 노고가 더해지면 비로소 우리가 매일 먹는 한 줌의 소금이 된다.
갯벌 천일염은 전 세계 소금 중 0.2%만 생산되는 희소 자원인 동시에 일반 소금에 비해 칼륨, 마그네슘 등 몸에 좋은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갯벌 천일염은 고가 소금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천일염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아 영양 면에서 더욱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국내 천일염 산업은 값싼 수입산 천일염의 시장 잠식, 저염 문화 확산에 따른 소비량 감소 등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유난히 길었던 여름 가뭄 탓에 상반기 천일염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 산지가격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풍년이 들수록 농민이 더 힘들어진다는 ‘풍년의 역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한염업조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천일염 누적 생산량은 20만7000t으로 평년 대비 13%, 지난해보다는 60%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천일염 재고는 23만8000t으로 평년 대비 76%,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재고가 늘어나면서 2012년 7900원(20kg 기준)이던 천일염 값은 올해 7월 3200원으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는 천일염 수요를 확대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천일염 생산자 단체, 지방자치단체, 학계 등과 협의해 8월 말 천일염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산업경쟁력 강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국내 대형 소비처와 천일염 소비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국내 수요를 창출하고 김치, 절임 등 가공품에 사용되는 소금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의무화 추진을 통해 국산 천일염의 사용을 유도한다. 원산지 단속을 강화해 수입산 천일염의 부정 유통을 방지하고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기준 전체 생산량의 1.5%에 불과한 수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가공 기반 마련 및 홍보를 통한 판로 개척 등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국제식품규격 및 국가별 염도 기준에 맞는 수출용 천일염을 생산하기 위한 가공처리시설을 구축하고 외국산 천일염과의 비교 연구 등을 통해 국산 천일염의 우수성에 관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 나가려고 한다. 적정 생산면적 관리를 위해 폐전(廢田) 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도 추진한다.
다음 달이면 1년 중 가장 소금이 많이 쓰이는 시기인 김장철이 시작된다. 염전에서의 오랜 기다림을 거쳐 빚어진 건강하고 맛좋은 국산 천일염이 국민들에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홍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우리 염전에 피어난 소금꽃이 웃음꽃으로 변할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으로 힘을 모아 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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