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혁신벤처 창업, 과감한 인센티브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 대표이사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 대표이사
사드 보복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중국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脫)중국 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 경제의 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는 창업 기업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의 140배에 달하고 있으며 질적으로도 선진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혁신벤처기업군 육성’을 위한 과감한 정책 수립과 실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20년 전 우리나라에도 세계에서 유례없는 벤처열풍이 일었던 시기가 있었다. 2000년 무렵 1만 개를 돌파했던 벤처기업 수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인력의 이동’이었다. 대기업, 연구소, 대학, 심지어는 언론계에서도 수많은 우수한 인력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업계로 뛰어들었다. 최근 벤처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되살아나고는 있으나 2000년대 초반 일었던 우수 인력의 대규모 이동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

창업의 영역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은 지속적으로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열악한 재도전 환경은 벤처창업을 꺼리는 주된 요인이다.

특히 교수·연구원 출신 인재들의 ‘기술창업’은 ‘일반창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와 매출이 두 배가량 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창업한 벤처기업 비중은 최근 10년 새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출신 교수 및 학생들이 창업에 나서 실리콘밸리를 만들었고, 독일 뮌헨공대의 실용적인 산학협력 프로그램은 BMW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국내의 대학과 연구소는 논문 연구 중심의 단절적 구조로 인해 기술 이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교수·연구원 평가 시 산학연 협력 및 창업실적의 비중을 높이고 파격적 인센티브 부여 등 연구원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네이버와 인터파크는 대기업의 사내벤처로 시작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벤처침체기와 대기업들의 개방형 혁신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사내벤처가 유명무실했으나, 최근 몇몇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사내벤처 분사기업에 대한 상호출자기업집단 편입 유예와 재합병 시 거래액에 대한 세제지원, 분사 초기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의 적극적인 장려책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 같은 성공사례가 늘어나야 우수 인재 유입이 가능하다.

또한 우수한 핵심 인재들이 벤처기업 쪽으로 많이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인센티브 시스템인 스톡옵션 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급여의 보조적인 수단 정도로밖에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2006년까지 시행하던 ‘스톡옵션 행사가격 5000만 원까지 비과세’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고, 스톡옵션의 회계처리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우수 인력 유입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대기업 입사시험과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청년 입장에서는 그들의 기대치와 향후 보상수준을 감안한 합리적인 판단이다. 벤처창업 분야의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핵심도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우리 사회에도 도전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큰 보상이 갈 수 있는 획기적인 경제적, 사회적 보상시스템을 구축해서 해외에서도 부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크루셜텍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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