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수영 OCI 회장, 동계올림픽 강국 기초 쌓으신 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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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수영 OCI 회장을 기억하며’ 박용성 前대한체육회장의 추도사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77·전 두산중공업 회장)은 21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수영 OCI그룹 회장(사진)과 60여 년 전 처음 만나 경영 현장은 물론 체육계에서 교류해 왔다. 타계 소식을 해외에서 들은 박 전 회장이 본보에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박 전 회장은 귀국 직후인 24일 아침 빈소를 찾았다. 다음은 전문.

 
얼마 전 고인과 저녁을 같이했습니다. 늘 밝은 웃음과 건강한 걸음걸이를 보이셨기에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이 회장 본인도 집안 내력대로 건강하게 장수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시던 분이 어찌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십니까.

이 회장과의 인연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둘은 처음 만나 같은 클럽에서 활동했습니다. 부잣집 아들인데도 티 내지 않았고, 겸손하면서 참을성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진학한 대학은 달랐지만 우리는 둘 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이 회장과 더욱 가까워진 계기는 올림픽이었습니다. 1981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고 나서 정부가 추진한 체육계 개편에서 나는 유도계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 회장은 당시 빙상연맹에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스포츠계 회의가 있을 때마다 우리 둘은 의견을 나눴고 국제회의에 참석할 때도 짝을 지어 다니며 서로 의지하면서 활동했습니다.

이 회장이 빙상연맹 회장 재임 시 세운 큰 업적은 쇼트트랙 종목을 집중 육성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수많은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그 기초를 쌓았던 분이 바로 이 회장입니다.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전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전 두산중공업 회장
2000년대 들어 내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을 때, 당시 회장감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제안받고는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며 결국 수락하셨습니다. 기업인이 모두 맡길 꺼리고, 본전도 못 찾는 자리였는데 기꺼이 맡으셔서 이후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원만히 해내셨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이 회장은 상도(商道)에 어긋나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 회장과 경쟁자였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이 회장은 소다회를 인천공장에서 만들어 팔았고, 우리 회사는 미국에서 이를 수입하여 팔았습니다. 같은 제품으로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하니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개성상인의 후예답게, 또한 나는 서울상인의 후예로서, 우리 둘은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소통했고 실무진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 둘은 반은퇴한 상태로 다음 세대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며 조언하는 자리에 왔습니다. 그런데 함께 그 자리를 지키던 이 회장이 이렇게 떠나시니 곁이 허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 회장, 개성상인의 후예답게 항상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사셨던 평소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남기신 것들은 후손들이 잘 이어갈 테니 이제 모든 것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안하게 쉬십시오.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전 두산중공업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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