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김인호 회장(75·사진)이 임기 4개월을 앞두고 사임했다. 24일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가 나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에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2월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정권을 위해 일하지 않고, 정부를 위해 일하는 공인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사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순수 민간단체인 무역협회 회장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퇴임하는 전통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임 요구 메시지를 받은 시기와 출처를 묻자 “지금까지 정부 최고 책임자가 모르게 무역협회 회장 인사가 정해진 적은 없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무역협회 회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그만둔 것은 구평회 전 회장(22·23대, 1999년 2월 사퇴) 이후 처음이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나는 시장경제 체제가 가장 공평한 경제라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중 ‘시장’이란 단어가 언급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역할이 강화될수록 정부 접근성이 좋은 기업이나 인물이 시장을 지배하게 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부가) 시장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회장은 차기 무역협회장 선출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무역협회 회장직 인사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관여해 왔다. 앞으로 회장 선임에 있어 기존 관행을 따를지, 적절한 제도와 절차를 마련해야 할지는 무역협회와 정부가 숙고해야 할 과제다”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