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는 두 다리… 발 맞춰 앞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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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회장 ‘상생’ 강조

“노(勞)와 사(使)는 사람의 두 다리와 같습니다. 서로 발을 잘 맞춰야 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24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북 구미공장을 찾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사진)은 임직원 350여 명에게 ‘상생’의 키워드를 던졌다. 이 회장이 구미공장을 찾은 건 4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공장의 낡은 외벽에 새로 페인트칠을 하는 ‘행복공장 성공 입히기’ 행사 참석차였다.

이 회장은 페인트칠을 한 뒤 김연상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이번 행사에 이 회장을 초청한 사람이 김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7월 서울에서 이 회장과 면담하면서 행사 참석을 권유했고 이 회장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이 회장은 구미공장을 찾는 것을 꺼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노사가 극심한 대립 관계일 때였다.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0년 ㈜코오롱에서 분리됐다. 코오롱 노조는 2004년 구미공장을 중심으로 두 달 넘게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다. 국회의원들이 수차례 다녀가는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남는 건 없었다.

김 위원장은 “그때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급 단체 지침에 따라 무리하게 파업해서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2007년 새로운 노조가 결성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체 노조였다. 그해 4월 코오롱 노조는 노사상생 동행과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했다. 1년 후 이 회장은 ‘행복 공장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노조의 손을 잡았다.

김 위원장은 “10년 동안 상생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은 상호 신뢰”라고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은 매달 한 차례씩 회사 상황을 노조에 상세히 설명한다. 노조는 이를 기반으로 합당한 요구를 한다. 회사는 공장에 도서관과 영화관을 세우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해왔다. 노사는 수시로 함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월 회사와 노조는 ‘노사는 한 몸’이라며 ‘상생동체’를 선언했다. 또한 원가 혁신 등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노조 중심으로 구성됐다. 노조가 먼저 나서 비용 절감 방안을 찾겠다는 건 국내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이웅열#코오롱#회장#상생#노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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