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관련 행사는 다른 대학의 창업 행사보다 좀 더 주목을 받는다. 한국 최고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제공하는 창업 교육과 컨설팅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KAIST가 지난해부터 열고 있는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 행사에는 약 1년간 KAIST가 주관하는 ‘창업맞춤형 사업화 및 창업 도약 패키지 지원 사업’(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공동 주최)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중 기업설명회(IR)를 해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곳들이 나온다.
이달 17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2에서 열린 KAIST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는 8개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잠재적 고객들 앞에서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는 웨어러블, 로봇, 생명과학 등 미래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만든 스타트업들이 많았다. KAIST 관계자는 “지원하는 스타트업 중 최신 융합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제품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성 있는 골프 로봇과 IT 서비스
웨어러블과 로봇 기술을 이용한 스타트업 기업으로는 ‘비햅틱스’와 ‘레봇’이 참여했다. 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인 곽기욱 대표가 설립한 비햅틱스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때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웨어러블 햅틱 기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팔 장착형과 조끼형 제품을 개발했다. VR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체험형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비햅틱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봇은 세계 최초의 골프 레슨용 로봇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만든 ‘닥터레봇’은 언뜻 보면 웨어러블 기기처럼 생겼다. 로봇이 직접 이용자의 몸을 잡은 상태에서 센서를 활용해 스윙 등 움직임을 분석한다. 그리고 적절한 자세를 알려 준다. 혼자 연습하는 과정에서도 자가 진단을 통해 올바른 스윙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 VR와 증강현실(AR) 기능도 있다.
정보기술(IT) 기반 서비스를 개발해 데모데이에 참석한 스타트업들도 있다. ‘위딧소프트’, ‘데이투라이프’, ‘레터플라이’가 주인공들이다. 위딧소프트는 행사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이벤터스’를 개발해 LG, IBM,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행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이벤트 추첨을 쉽게 진행 및 관리할 수 있다.
데이투라이프는 캘린더형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맞춤형 개인 일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IT와 추천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각 개인에게 맞는 주요 일정을 알려주는 것. 가령 영화를 좋아하는 이용자에게는 주요 영화 시사회 관련 일정을 알려 주는 것이다. 레터플라이는 모바일과 웹을 통한 레터 서비스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사용 쉬운 자동차 코팅제와 세포 분리 기구
화학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돋보이는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들도 이번 데모데이에 참여했다. 화학 관련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용 코팅제를 개발하고 있는 ‘씨앤에스테크’는 사용이 편리한 자동차용 코팅제를 데모데이에서 선보였다. 이 제품을 활용하면 자동차 스크래치를 예방하고, 세차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세라믹 코팅을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용 세라믹 코팅은 카센터 등에 가서 해야 해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박종희 씨앤에스테크 대표는 “데모데이 참가 뒤 제품에 대한 투자자들과 바이어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판매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명과학 스타트업인 ‘페라메드’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분리하는 데 사용하는 ‘일회용 초 단위 세포 분리 기구’를 개발했다. 제약회사와 생명과학 관련 실험실에서 자주 해야 하는 세포 분리 작업은 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원심분리’ 방식으로 많이 진행된다. 그러나 페라메드의 세포 분리 기구를 이용할 경우 30초면 가능하다.
김세일 페라메드 대표는 “실험 시간을 단축시키고 사용도 편리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데모데이 참가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KAIST 창업 교육의 장점으로 ‘경영 지원’ 부문에 대한 조언과 컨설팅을 꼽았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대부분 이공계 전공자라 경영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을 KAIST의 지원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데모데이 참가자들은 기술 개발보다 마케팅, 회계, 경영전략 수립 등이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안영학 위딧소프트 대표는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전략적인 제품 소개 등에 필요한 역량을 KAIST의 창업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원일 데이투라이프 대표는 “세밀한 시장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KAIST 측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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