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업체 레고가 2014년 뜬금없이 700억 원이나 투자해 2시간짜리 장편영화 ‘레고 무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 심산이었을까. 아니다. 제품의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브랜드가 직접 제작하는 문화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으로 영화라는 장르를 택한 것이다.
레고는 그들의 브랜드를 담아낼 장르로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인 영화를 선택했다. 디지털 시대에 TV나 라디오를 통해 제품을 직접 홍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흥행 1위를 기록했고 레고 판매량도 25% 성장했다. 영화 속 레고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진 관객들이 레고를 구매한 덕분이다.
레고 무비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마케팅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레고 무비가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비결은 영화가 ‘광고’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 자체의 매력에 빠져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레고 브랜드도 좋아하게 됐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브랜디드 콘텐츠가 광고 같지 않을수록 인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공동 연구팀이 기업 페이스북 페이지에 포스팅된 4300여 개의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같이 기업의 광고 메시지가 직접적일수록 사용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반대로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콘텐츠에는 ‘좋아요’ ‘공유’ ‘댓글’ 같은 긍정적인 참여가 많았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기업이 콘텐츠를 만들 때 소비자를 설득하는 광고 형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교훈을 준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기업이 아닌 소비자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내용과 형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몰입해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들을 감동시켜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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