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진 씨(45·여)는 2002년 은행을 그만뒀다. 딸이 초등학교를 들어간 뒤 손이 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이 자랄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입행 동기들의 승진 소식이 들려올 땐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금융 관련 자격증을 따는 등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유 씨는 지난해 IBK기업은행에 입사했다. 중3이던 딸은 축하한다며 귀걸이를 선물해줬다. 유 씨는 지금 금융소비자보호부 계장으로 일하며 고객의 소리를 영업점과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근무 시간은 오후 2시부터 6시. 고1인 딸이 등교한 뒤 집안일을 하다 출근하고, 퇴근하면 딸을 데리러 가기도 한다. 유 씨는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는 데다 딸이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며 뿌듯해했다.
IBK기업은행은 유 씨처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꾸준히 채용하며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3년부터 시간선택제 준정규직의 형태로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2013년 109명 △2014년 69명 △2015년 70명 △지난해 30명을 각각 채용했다.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하는 것은 은행에도 도움이 된다. 특정 시간대에 고객이 몰려 일손이 부족할 때 인력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고, 고객들은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은행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마련했다. 임신 직원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운영한다. 육아휴직은 최대 2년 이내에서 한 번 나눠 사용할 수 있다. 직원들이 자녀의 양육 과정에서 필요한 시기에 나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육아휴직 대신 하루에 4시간만 근무하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근무’ 제도를 활용해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 복귀를 돕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어린 자녀의 등교(어린이집·유치원 등원)를 도와주고자 하는 직원은 1시간 늦게 출근하는 ‘출근 시간 선택 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출근 시간 선택 근무의 근무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다. 직원들은 근무시간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다.
기업은행은 육아지원을 위해 유연근무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전 10시 사이에 출근 시간을 자율 조정해 하루 8시간 근무하는 탄력근무제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적합 직무를 발굴해 경력 단절 여성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고 은행의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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