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리스타트 잡페어’에 마련된 매일유업 부스. 인사 담당자 앞에 엄마와 딸이 함께 앉았다. 상담은 딸이 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눈빛이 더 간절해 보였다. 현재 하반기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매일유업의 부스 안은 실제 면접장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윤 매일유업 인사기획팀 차장은 “매일유업이 1년에 두 번 공개채용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리스타트 잡페어 관람객 가운데 여성도 영업직군에 채용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다”며 “본사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이 50%인 여성 친화적 기업이라는 점을 여성 구직자들에게 강조하면서 용기를 북돋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가한 주요 기업들은 여성 일자리, 재취업 일자리, 중장년 일자리 등 취업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탰다. 부담 없이 일자리에 도전하도록 취업문을 넓혀 구직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GS리테일, 한국맥도날드 등은 학력 제한 등이 없는 ‘열린 채용’을 진행했고, 코웨이와 한국야쿠르트 등은 육아 등 개인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중장년 여성 구직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조리사나 영양사 경력자를 수시 채용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부스도 인기였다. 남궁옥 씨(63)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다는 이력서와 건강검진 결과지까지 담은 봉투를 들고 부스를 찾았다. 그는 “젊었을 때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일할 여력이 없었지만 이제 애들도 다 컸고 시간이 많아 열심히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 있는 상생 채용관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10년에 만든 사회적 기업인 ‘이지무브’는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보조 및 재활기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날 부스 앞에 ‘휠체어 슬로프 장애인차’ 등 보조 기구 등을 전시해 구직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종기 이지무브 경영지원실장은 “설계 인력을 채용하려고 나왔다. 설계 직종에서 오래 일해 경험이 많은 중년 구직자가 여럿 있어서 회사에 돌아가 이들의 채용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SK행복나눔재단이 출연해 2011년 설립된 재단법인 ‘행복ICT’도 경력단절 여성과 중장년층 일자리를 가지고 나왔다. 행복ICT는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고용해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육성하고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행복ICT 채용 담당자는 “경력 단절자들을 채용해 보면 업무 책임감이 기존 직원에 비해 높다. 이번 박람회에서 좋은 인재를 찾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직자들에게 따뜻한 상담을 하는 기업 관계자들도 있었다. 오전 상담을 마친 지병규 GS리테일 인사운영팀 과장은 “지금은 주요 기업 공채가 마무리된 때라서 취업에 고배를 마신 학생들과 대학을 졸업한 지 1, 2년이 지난 이들이 부스를 많이 방문했다. 막연히 ‘스펙 쌓기’에 몰두하지 말고 뭘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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