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차이나 엑소더스’는 언젠가 닥칠 예견된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기회의 땅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 기업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여파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나둘 중국에서의 철수를 고려하며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냉철히 보면 한국 기업의 ‘차이나 엑소더스’는 한중 간 정치적 갈등의 산물이 아닌, 언젠가 닥칠 예견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사드가 중국에 그럴듯한 구실을 제공했을 뿐이다.

중국 경제는 꾸준한 내재화를 통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스스로 역량을 키운 유통, 소비재, 자동차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외국 기업을 배척해 나갔다. 프랑스의 카르푸, 미국의 월마트, 일본의 여러 전자제품 업체는 일찌감치 중국 철수를 단행했고 이제 우리 차례가 온 것이다.

한국 기업도 이제는 시장 진출전략 못지않게 탈출전략 수립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턴은 원래 미국 아칸소주에서 잡화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소매유통업이 겪게 될 트렌드 변화를 예견하고 1962년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잘되고 있던 잡화사업을 과감히 접고 대형할인점을 열었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매장을 가진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자신의 방향이 옳다고 판단되면 무난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업도 과감히 접어 버리는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시장 철수를 통해 뭔가 얻어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구글은 2012년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인수했으나 2년 후 헐값에 매각했다. 큰 손해를 봤지만 경영진은 이 실패를 바탕으로 제조 중심의 스타트업을 선별적으로 인수해 산업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노하우를 습득했다. 실패도 허용되는 기업문화를 정착하는 기회로 삼았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이 정치적 요인 탓만 하면 합리적 판단을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해외사업 전략 재점검 차원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었는지, 여전히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등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가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는지에 따라 잔류 혹은 철수를 선택해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dbr#경영#지혜#차이나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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