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실전체험’ 해본 50대 “일자리 도전 자신감 생겼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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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리스타트 잡페어]2만여명 구인-구직 열기

31일 ‘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 개막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행사 시작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1일 ‘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 개막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행사 시작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낙연 국무총리,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자, 이제 매트리스 시트만 교체해주시면 됩니다. 집에서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해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에는 시트 아래쪽이 보이지 않도록 이불로 덮어주시면 됩니다.”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엔 특급호텔에 있을 법한 침대가 등장했다. 숙박시설 예약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야놀자’가 40, 50대 중장년 여성을 상대로 호텔 침구 정리와 객실 관리를 담당하는 ‘하우스키핑 코디네이터’를 뽑기 위해 마련한 체험 부스다.

윤귀순 씨(59·여)는 야놀자 직원의 설명에 따라 호텔 침구 정리를 시도했다. 서툰 손놀림이었지만 한껏 어질러져 있던 침구는 5분여 만에 새 침대처럼 말끔히 정리됐다. 결혼 후 30여 년간 계속 일을 했던 윤 씨는 5월 경기 평택에서 서울로 이사한 뒤 새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다. 급한 대로 이달 초 식당일을 시작했지만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강도 업무에 몸이 버티지 못했다.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윤 씨는 “낯설지만 직접 해보니 식당일보다는 한결 수월했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며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젠 희망이 보인다”고 웃었다.

31일 열린 ‘2017 리스타트 잡페어’ 현장은 윤 씨처럼 새 희망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력단절여성과 신중년 구직자로 북적였다. 구직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으려고 상담 부스를 오가며 꼼꼼히 살폈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공공기관 4곳이 차린 부스에는 취업 상담을 받으려는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여성 구직자들에게 적성에 맞는 직종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맞춤형 취업 상담을 제공했다.

5년째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가해 취업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최문용 서울과학기술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은 “자녀가 아직 어린 경단녀는 유연근무가 가능한 곳이 어디인지, 중장년 여성들은 과거 경력을 살릴 수 있을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이런 수요와 적성, 경력에 맞춰 맞춤 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온 함영환 씨(60)는 관람객 인파 속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벨벳 재킷에 갈색 스카프를 두른 옷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화장품 업계에서 오래 일을 해서 동년배보다 옷 입는 데 센스가 있다”며 웃었다. 1981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그는 30년 넘게 화장품 업계에서 일했다. 2001년 회사를 나와 작은 무역회사에서 이사로 재직 중인 함 씨는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함 씨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있어서 화장품 관련 업체가 있으면 작은 일이라도 해보고 싶어 찾아왔다. 정규직까진 바라지 않고 내 경험을 나누면서 재밌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년층이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나눌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회사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는데, 소극적이다. 영화 ‘인턴’처럼 중·장년층 활용 방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IBK기업은행 부스에 10여 분간 머물며 시간선택제 채용이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질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시간선택제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 경쟁력도 키우는 방안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현장에서 시간선택제나 유연근무제가 기업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물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고객이 많이 찾는 피크 타임에 인력을 더 배치해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기업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시간선택제 기간을 10개월로 제한한 것을 풀어 연속성을 높이고 하나의 일자리체계로 정착시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네덜란드도 시간선택제를 활용해 정규직을 늘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총리는 “한 재일동포 사업가가 적자였던 면세점 17개를 흑자로 돌린 비결을 알아보니 비결은 시간선택제였다”며 “중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중국인을 고용해 인건비는 낮추고 효율은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금융업계가 좋은 견본이 될 수 있다. 시간선택제, 유연근무제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격려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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