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립 48주년 기념행사
권오현 부회장, 도전-혁신 주문
“최대 실적에도 불안요소 많아… 1위 기업들 안주하다 무너져”
3개 사업 부문장을 모두 바꾸는 인적 쇄신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본사에서 창립 48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총수 부재와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열린 이날 기념식은 내년 3월 퇴진이 예정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주재했다.
권 부회장은 전날 선임된 김기남 부품(DS)·김현석 소비자가전(CE)·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을 직원 400여 명에게 소개하며 ‘청출어람’ 고사를 인용했다. 떠나는 선배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달라는 격려 메시지였다.
이어 창립기념사에서 “1등을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전날 3분기(7∼9월) 14조5332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자만하지 말자는 취지였다.
권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은 임직원 여러분 노력의 결실”이라면서도 “일부 사업의 성장 둔화, 신성장동력 확보 지연 등 여전히 많은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과거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순간에 무너졌고 우리도 사업 재편, 경영 시스템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다가올 10년은 사회 및 인구구조, 기술혁신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산업은 급변하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며, 고객의 요구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이런 시기에 기존의 방식으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과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 체질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에서 우리에게 더욱 높은 윤리의식,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만큼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활성화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자세를 갖고 외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김기남 DS 부문장도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를 통해 “유례가 없는 호황 속에서도 엄중한 경영현실에 처해있다”며 “기술 발전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이에 따른 산업의 지형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어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스스로 냉철하게 돌아보고 겸손한 자세로 오늘의 성공을 이끈 방식이 미래에도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또 질문하여 변화를 주도적으로 모색하자”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다. 신임 사업부문장들의 평균연령이 전임자들에 비해 6세 이상 내려간 만큼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사장)이 다시 입사해 현업에 복귀할 가능성도 높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신임 부문장 평균연령이 6세 이상 내려갔기 때문에 순리대로 자연스러운 연쇄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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