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차량공유 서비스 벤처기업이 모호한 규제 때문에 포기했던 낮 시간대(오전 11시∼오후 5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혁신성장을 내세운 정부의 벤처육성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령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국내 카풀 1위 업체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43·사진)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6일부터 오전 11시∼오후 5시에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기존에 주말을 제외한 평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5∼11시, 퇴근 시간대인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2시에만 서비스제공자(운전자)와 서비스이용자(승객)를 중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풀러스에 등록한 운전자는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주 5일을 선택해 시간대와 상관없이 하루 최대 8시간 차량 공유를 할 수 있다.
이번 풀러스의 서비스 개편 내용은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를 근거로 낮 시간대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한 것과 배치된다. 현행 운수사업법은 사업권이 없는 자가용 자동차 운전자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해당 법에서는 ‘출퇴근 때’에 한해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출퇴근이라는 시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버 같은 글로벌 차량공유업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정부는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대인 평일 오전과 오후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결국 우버는 2015년 3월에 일반 차량을 공유하는 ‘우버X’ 서비스를 중단했다. 유사한 국내 차량공유업체 역시 특정 시간대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은 주춤해졌다.
풀러스는 올해 6월에 갤럽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낮 시간대에도 차량공유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7월 초 공문을 통해 “낮 시간대 서비스는 불법 소지가 있다”고 경고해 사실상 계획을 철회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근무가 계속 늘고 있어 전체 근로자의 35%는 낮 시간대에 출퇴근을 하고, 20%는 주말에도 출근을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특정 시간대만을 출퇴근 시간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출퇴근 시간대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여러 곳에서 받아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는 법 자체가 서비스를 막아 아예 사업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산나눔재단도 최근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한국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저촉된다”면서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57개 업체가 한국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을 시작조차 못 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차량공유 서비스 등은 이미 세계적으로 수십조 원의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도 외부 변화에 맞춰 1960년대에 만들어진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국내 차량공유업체들은 이번 풀러스의 사례가 정부의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완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차량공유업체들이 규제완화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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