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해외공장, 일자리 영향 따져 승인… 기업들 해외투자 까다로워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LG디스플레이 中공장 첫 적용
정부, 투자 따른 일자리 수 점검…국내로 돌릴수 있는지도 물어봐
재계 “지나친 간섭 투자위축 우려”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해외 공장 설립이나 투자를 심사할 때 국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직접 들여다보기로 했다. 정부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廣州) 1조8000억 원 규모 투자의 허용 여부를 놓고 일자리 영향 평가를 처음 진행하고 있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건설 승인을 위한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소위원회를 3차례 진행하며 국내 일자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OLED는 정부 투자로 개발된 국가 핵심 기술이라 국내 기업이 해외에 OLED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부 장관이 수출 승인을 해 준다. 소위는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한 전문가 의견과 업계 대응책을 살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심의를 진행하면서 LG디스플레이에 일자리 관련 항목 제출을 요구했다. 중국 공장을 설립했을 때 국내에 창출되는 일자리 수와 국내에 대체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일자리가 몇 개나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일자리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대신 국내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지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승인이 필요한 투자 건에 대해 일자리 관련 평가 항목을 만들어 LG디스플레이에 처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부는 세부 평가 항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투자가 실현되면 국내에 △본사 관리직, 엔지니어 등 700명 △1, 2차 협력사 600명 등 1300개 안팎의 일자리가 국내에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국내에 대체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9월 “국내에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대규모 고용이 발생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서 언급하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근거로 일자리 항목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정례화하거나 일자리 항목 평가 대상을 확대할 경우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한 마당에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기업의 해외 진출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핵심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며 기업 해외 진출을 심사하던 정부가 일자리 영향까지 들여다볼 경우 기업의 해외 진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부 측에서도 “일자리는 소위원회에서 들여다보는 내용 중 부수적인 것이지 핵심은 아니다”며 논란이 퍼지는 걸 경계하고 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김재희 기자
#해외공장#일자리#승인#기업#해외투자#lg디스플레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