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벤처붐 조성”… 10조원 창업 모험펀드 만들어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시동]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사내벤처 프로그램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 직원 3, 4명이 팀을 이뤄 일정 심사를 통과하면 회사를 벗어난 별도의 공간에서 2년간 사업을 할 수 있다. 향후 성공 여부에 따라 별도 기업으로 분사도 가능하다. 실패하면 회사로 복귀할 수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사내벤처를 통해 친환경 천연유래 화장품 브랜드인 ‘가온도담’을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2일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내놓은 정부는 이처럼 기존에 전문성을 가진 대기업 직원 등이 사내벤처를 통해 적극 창업에 나서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네이버는 삼성SDS의 사내벤처에서 시작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삼성과 대우출신의 서정진 씨가 창업했다. 최근 수년간 꾸준한 투자로 벤처기업 수는 3만3000개가 넘었다. 정부는 기술을 가진 전문가 창업을 늘려야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양질의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벤처로 출발해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에 215개에 이르지만 한국은 쿠팡과 옐로모바일 등 고작 2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국에서도 유니콘 기업을 키우기 위해 3년간 10조 원에 이르는 펀드를 조성해 혁신모험형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매년 1조 원의 돈을 조성해 3년간 3조 원을 투자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에서 7조 원을 끌어올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이 3년간 7조 원의 돈을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다. 이에 대해 중기부 측은 “2008∼2017년 정부가 3조 원을 출자해 모두 15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며 “앞으로 3년간 정부가 3조 원을 투자해 민간에서 7조 원을 투자받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에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민간자금을 끌어들여 20조 원의 보증 및 대출 사업도 진행한다. 30조 원에 이르는 돈을 초기 창업이 아닌 성장 중인 벤처기업에 쏟아붓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인이 보다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우선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이른바 ‘메이커 스페이스’가 2022년까지 367개로 늘어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 3차원(3D) 프린터 등의 장비와 전문적인 창업 전문가가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에 가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환경도 좋아진다.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에인절투자’에 대해 3000만 원 이하는 100%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우리사주 소득공제 비율도 기존 4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늘렸다.

정부는 이날 대기업이 혁신벤처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했다. 사내벤처 육성 외에도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을 돕기 위해 피인수 벤처중소기업의 중소기업 지위 유지 기간을 늘리고 M&A 때 적용되는 세액공제 요건도 완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기술이나 인력 탈취에 대해서는 피해 금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중기부 측은 “현재 하청업체 기술을 빼앗는 행위에 대해서만 징벌적 손배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법 개정을 통해 일반 거래업체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벤처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일부 아쉬움을 나타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 비과세 부활은 환영하지만 삼성전자에 가겠다는 인재가 스톡옵션 메리트를 보고 벤처에 가겠다고 마음을 바꿀 정도로 파격적으로 밀어줘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된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곽도영 기자
#벤처#10조원#창업#모험펀드#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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