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관세청장이 3일 오전 정부대전청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청장은 “면세점 운영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겠다”며 투명한 행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관세청 제공
김영문 관세청장(52)은 “앞으로 국내 기업이 무역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금을 해외에 은닉하는 행위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현행 600달러) 상향 조정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며 “어떤 식으로든 면세한도 준수 여부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3일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관세청은 지난 정부의 면세점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고 2대 청장이 물러난 1978년 이후 39년 만에 검사 출신 수장을 맞이했다. 울산 출신인 김 청장은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에서 부장검사를 역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2005년에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특정 업체에 면세점 허가를 내주는 방식의 현행 제도를 등록제 등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어떤 방식도 다 좋다. 관세청이 면세점 운영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관세법이 정해 놓은 고유 권한하에서 단순히 관리만 할 생각이다. 12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후속 사업자 선정을 할 때도 모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면세점 인허가 문제가 왜 이렇게 불거졌을까.
“사실 면세점 관리는 관세청 전체 행정 중에서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작은 일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이들이 한국 면세점 물품에 신뢰를 보내면서 면세점 시장이 ‘대박’이 터졌다. 그런데도 관세청이 관행적으로 대처하다 보니 국민이 불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5년에 한 번씩 면허를 거둬들이는 현행 제도가 옳을까.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 취지 자체는 괜찮았다. 행정에는 정답이 없다. 면세점 사업을 키운 업계 입장에선 현행 제도가 억울할 수 있는데 결국 대립되는 가치들 사이에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라고 본다.”
―현행 600달러인 면세한도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1000달러로 높이려고 법을 고친다고 나서면 국회에서 다 반대할 것이다. 또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면세 혜택을 누리게 돼 사실상 ‘역진세’의 성격을 띠어 반대하는 여론도 크다. 완화하거나 폐지하기 어려운 법이라면 우리가 할 일은 어떻게든 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세관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제거래 조사팀을 확대한 이유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투명해지면서 나라 안에서 비자금을 만드는 게 어려워졌다. 이제는 외국 거래에서 비자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상대 기업과 짜고 100원짜리를 500원에 샀다고 해 400원을 챙기는 식이다. 이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인력을 확충했다. 특히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들여다보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한국의 마약 청정국 지위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부 주의 마리화나 합법화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유층 자제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관세청은 심하다 심을 정도로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아직도 내년 울산시장 후보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름만 얻고 바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있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행정이 똑바로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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