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서비스업체인 풀러스가 6일 낮 시간대(오전 11시∼오후 5시) 시범 서비스를 내놓자 서울시는 즉각 이런 반응을 내놨다(본보 3일자 B2면 참조).
풀러스가 내놓은 ‘출퇴근 시간선택제’ 서비스를 선택하면 서비스제공자(운전자)는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시간대와 관계없이 각각 4시간씩 설정해 하루 8시간씩 일주일에 5일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실상 하루 종일 서비스가 이뤄지게 되자 서울시는 즉각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가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운수법) 81조의 카풀 관련 조항은 출퇴근 시간에 차량이 혼잡할 때 혼잡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혼잡하지 않은 낮 시간대에 카풀 유료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것은 당초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운수법 81조에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는 유료 운송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풀러스가 낮 시간대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근무형태가 다양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무형태에 맞춰 출퇴근 시간도 단순히 아침과 저녁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로펌을 통해 다양한 법해석이 가능하다는 자문 결과를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풀러스의 이번 서비스가 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법적인 다툼의 소지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다양한 법적 해석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서울시 측은 즉각 “이번 서비스는 불법으로 이미 해당 업체에 공문을 보내 서비스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업이 등장할 때는 기존의 법과 충돌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예 원천적으로 금지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57개 업체가 한국에서는 규제로 시작조차 못 한다는 최근 아산나눔재단의 보고서는 한국이 여전히 규제에 갇혀 혁신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신(新)산업 분야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게 ‘규제 샌드박스(sandbox·모래 놀이 상자)’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산업은 어떤 시도도 할 수 있도록 특정 기간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현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다양한 법적 해석이 존재하는 신산업 분야조차 공무원이 즉각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벤처업계를 배려한다면 이런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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