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5위 브로드컴, 6위 퀄컴 인수설… ‘IT업계 최대 M&A’에 글로벌시장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총 인수금액 112조원대 전망
브로드컴-퀄컴 공식입장 안내놔… 성사땐 국내 업계에도 영향

세계 반도체 5, 6위 업체 간 100조 원대 인수합병(M&A) 추진 소식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인수가 성사될지 논란이 일지만 실현될 경우 반도체 시장의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 국내 반도체 및 모바일 업체들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5위의 싱가포르 브로드컴은 이르면 6일(현지 시간) 6위인 미국 퀄컴에 주당 70달러에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금액은 총 1000억 달러(약 112조 원)에 달한다. 성사되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2015년 미국 PC업체 델이 세계 1위 데이터 저장장치업체 EMC를 670억 달러(약 75조 원)에 인수한 것이 가장 규모가 컸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퀄컴 주가는 장중 전일 대비 19%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현재 두 회사는 이 소식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브로드컴은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칩 기술을,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원래 미국 기업이었던 브로드컴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아바고 테크놀로지가 370억 달러에 인수했다.

퀄컴은 모바일용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절대강자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7%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최대 고객인 애플이 ‘특허료를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다’고 반발하며 특허료 분쟁에 휘말렸다.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폰에 퀄컴 대신 인텔과 대만 미디어테크의 칩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또 한국, 중국, 대만 정부로부터 불공정 거래 판정을 받아 약 5조 원 규모(업계 추산)의 과징금과 피해 보상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장기적인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최근 중국 화웨이가 인공지능(AI) AP를 자체 개발해 탑재하는 등 단말기 업체들이 AP를 자체 설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브로드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퀄컴을 인수하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지만 모바일 AP도 만들고 있어 이들과 사업 분야가 일부 겹친다. 브로드컴과 퀄컴이 합쳐져 몸집이 커지면 가격 협상력도 강해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둘의 합병은 현실화될 때까지 여러 난관이 남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각국의 반독점 심사도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반도체#브로드컴#퀄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