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류양식수협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서 사료 공장을 운영한다. 수협이 사료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어색해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양식업 선진화를 위해 제대로 된 사료 생산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6일 금악리 사료 공장에서 만난 양귀웅 제주어류양식수협 상무는 “스마트 양식 시대로 본격적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규격화된 사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곳 공장에서는 하루 평균 40t의 배합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사료는 광어용, 돌돔용, 참돔용 등 양식 어종별로 구별해 판매한다.
대표적인 양식업 선진 지역인 유럽과 ‘스마트 양식업’의 첫발을 내디딘 한국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 물고기에게 주는 사료 종류다. 기계로 사료를 주는 게 일반화된 유럽에서는 대형 양식기업 상당수가 영양 성분이 조절된 배합사료를 사용한다. 개 사료와 비슷한 형태의 사료로 기계로 살포하기 쉽게 만들어졌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양식장에서 사료 배급을 사람 손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여전히 냉동 까나리 같은 값싼 생(生)사료를 쓴다. 문제는 이런 사료를 많이 쓸수록 새끼 물고기를 많이 남획해야 해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새끼 물고기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생사료의 사용량은 2015년 기준 47만 t에 달했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100만 t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절반 규모의 어자원이 양식 사료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친환경 양식과도 거리가 멀다. 생사료는 먹이로 줬을 때 양식장 물고기가 먹고 남기는 찌꺼기가 많다. 자연스럽게 오염 배출수가 다량으로 나온다. 송진우 제주어류양식수협 친환경사료사업본부 박사는 “생사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질소, 인 등은 부영양화에 영향을 줘 해양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경우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질소, 인의 양을 규제하며 배합사료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해수부는 배합사료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생어(生魚)가 영양분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인식이 커 배합사료 보급이 지지부진하다. 생사료에 비해 배합사료의 값이 비싼 것도 보급의 장애물이다.
양 상무는 “사료를 줄 때 들어가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배합사료가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급 어분이 사용된 배합사료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면 어민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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