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국민연금’ 누가 굴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8일 03시 00분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촉각

1년 가까운 공백 끝에 김성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7일 취임하면서 600조 원 규모의 기금 운용을 책임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CIO의 공백 상태는 올해 안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낙하산 인사 논란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기금운용본부가 하루빨리 정상화되려면 역량이 검증된 운용 전문가를 데려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르면 이번 주 기금이사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구성해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추위는 약 2주 동안 후보자 공모를 거친 뒤 최종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공모를 서두르더라도 올해 안에 새 본부장을 선임하기에는 일정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7월 강면욱 전 본부장 사임 후 지속된 수장 공백 상태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는 셈이다.

역량 있는 인재들이 본부장 공모에 얼마나 지원할지도 미지수다. 기금운용본부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기금 규모는 세계 3위 수준으로 커졌지만 정치권의 외풍, 단기 실적 압박 등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보장된 임기는 3년에 불과한데 퇴직 후 3년 동안은 금융업계에 취업할 수 없는 것도 지원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기금운용본부를 퇴직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가 중요한 데 임기 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단기 수익률만 좇는 본부장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신임 본부장 인선이 연기금의 사회적 투자를 강조하는 정부의 코드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도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 비중을 10%로 늘리기로 하는 등 연기금이 혁신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IO의 운용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금운용본부가 외풍에 흔들리는 것을 막고, 글로벌 자산 운용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검증된 외국인 본부장을 영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인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