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분야에서 전문적인 경력은 물론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서울형 뉴딜 일자리’ 사업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서울형 뉴딜 일자리 사업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심각한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했던 ‘뉴딜 정책’을 본떠 만들었다. 청년 구직자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전문기술, 직무교육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올해 신청한 민간기업 중 옥석을 가려 12월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고 7일 밝혔다. 내년 1월이나 2월 청년구직자들을 위한 뉴딜 일자리 박람회를 연다. 2월 신청한 뒤 선정된 청년들은 3월부터 일하게 된다. 내년에는 290여 개 사업에서 5500명이 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시급 8200원 받고 최대 23개월 근무
당장 취업을 바라는 청년들이 고심하는 부분은 아무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는 기회조차 잘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뉴딜 일자리의 장점은 일을 하며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대 23개월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서울형 생활임금인 시급 8200원을 적용해 월 최대 171만 원이 지급된다.
도시시설물 위치좌표 구축사업에서 일한 김헌기 씨(26)는 친구의 추천으로 뉴딜 일자리에 지원했다. 김 씨는 대학에서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도 취업을 못 해 졸업을 유예한 상태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격증을 따는 등의 취업 준비가 쉽지는 않았다.
그가 뉴딜 일자리로 맡은 ‘글로벌 명품거리 사업’은 관광특구조사, 전통시장 활성화, 다국어 음성서비스 안내지도 등 3가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김 씨는 학교에서 배우던 지리정보시스템(GIS) 상용 툴(도구)을 실제 업무에 적용시켜 사용법을 익혔다. 다국어 음성서비스 안내지도를 만들면서 ‘서울로 7017’에 있는 식생들의 음성안내 자료도 제작했다. 현재는 어린이대공원 지도 만들기 사업의 팀장을 맡고 있다. 현장에 나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로 측량을 하면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장비를 직접 사용하고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뉴딜 일자리에서 경험을 쌓고 관련 공부를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오후 4시에 근무가 끝나면 취업 공부를 한다.
뉴딜 일자리가 취업으로 연계되는 확률도 높아졌다. 첫해인 2013년 8.9%에 그쳤던 참여자 취업률은 2014년 30.2%, 2016년 52%로 상승했다. 취업하기 전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직업도 제시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에서 문화예술매개자로 근무하는 전송이 씨(30·여). 전 씨는 세종문화회관의 공연과 콘텐츠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홍보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 전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은 것은 올해 초 한 해 공연전시 일정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2017∼2018 세종시즌’ 개막 행사 준비였다. 전 씨는 “앞으로 공연 마케팅을 할 때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멘토 선배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뉴딜 일자리의 장점이다. 전 씨는 “구상, 계획, 실행까지 맡아서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도록 멘토 선배들이 세심하고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줬다”고 했다. 멘토링을 거치면서 청년들은 자신이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
국제행사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조민선 씨(25·여)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영화제팀 소속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상상산업 국제행사 코디네이터 양성과정’ 뉴딜 일자리에 지원했다. 조 씨는 “페스티벌의 전반적인 흐름과 영화제 운영에 대한 막연한 상상에서 벗어나 실제 업무를 뚜렷이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사무국에서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하는 동시에 영화제팀 운영코디네이터로서 구체적인 실무과정을 익혔다. 해외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사업이 많아 영어를 잘하는 조 씨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라는 점도 다시금 느꼈다고 한다. 특히 영화제 프로그램 및 이벤트 기획부터 상영관 대관 협의, 국내 및 국외 초청작 및 감독 초대, 심사위원 초청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다.
서울형 뉴딜 일자리 사업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직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공공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공데이터활용구축가, 자연사박물관 도슨트, 권익보호상담사, 지역혁신도시 코디네이터, 청년관광전문가, 보건민원 외국인전담통역사 등이 대표적이다.
정진우 서울시 일자리정책담당관은 “내년에는 기업 수요를 반영한 민간 공모 일자리를 확대하고 맞춤형 취업, 창업 지원을 통해 민간 일자리와의 연계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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