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짜오! 베트남]새로운 기회의 땅, 베트남을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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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7박 8일 일정이다. 이번 순방의 주요 키워드는 ‘외교 다변화’와 ‘신(新)남방정책’이다. 4강 위주의 외교에 몰두했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동남아로 외교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 선언으로 동남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정부보다 한 발짝 빨리 움직인 건 기업들이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베트남은 업계에서 이른바 ‘핫(hot)’한 시장으로 선점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저임금 노동력을 기반으로 고속성장 중인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동남아지역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역할에 머물렀던 베트남이 최근에는 매력적인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35세 미만인 ‘젊은 베트남’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베트남 신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69억8200만 달러다.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방문객이 처음으로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베트남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은 뜨겁다. 특히 한류 열풍을 앞세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 CJ E&M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유력 콘텐츠 제작·광고대행사인 ‘블루그룹’을 인수해 ‘CJ 블루 Corp’를 설립했다. CJ 블루는 6월 베트남 방송채널 임대운영 권한을 넘겨받아 한류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개국했다. 베트남 최초의 한류채널인 ‘tvBlue’는 주요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벌써 900만 이상의 시청 가구를 확보했다.

한류문화 확산으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화장품 브랜드의 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3년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선점한 베트남 호찌민 다이아몬드 플라자에 설화수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호찌민 번화가인 ‘하이바쯩 거리’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다.

롯데백화점도 하노이와 호찌민 중심부에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4년 개장한 하노이점은 65층 초고층 빌딩이다. 백화점 마트 호텔 등이 한곳에 모여 현지인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롯데는 기업 이미지 강화를 위해 베트남 지역 학교에 빗물정화 시설을 설치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나섰다.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일찍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시장에서 TV, 휴대전화 부문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현지 특성을 반영한 제품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베트남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운전 중 전화가 오면 자동응답을 해주는 모드를 탑재하는 식이다. 지역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낙후 지역에 대한 인프라 지원은 물론 인재 양성을 위해 하노이공과대학 등과 협업해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2006년 베트남과 연을 맺은 금호타이어는 베트남 공장을 글로벌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은 연간 400만 개의 타이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아세안 시장을 비롯해 미국, 유럽, 중동 등 세계 전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2년 연속으로 베트남 정부와 언론사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골든드래건상’을 수상했다. 골든드래건상은 베트남에 있는 외국 투자기업 중 기업경영실적, 베트남 경제 발전 기여도 등을 종합평가해 가장 우수한 기업에 수여하는 상이다.

베트남시장은 홈쇼핑업체들에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2월 베트남의 TV홈쇼핑 및 온라인 유통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현대홈쇼핑과 베트남 국영방송 TV(베트남 텔레비전)의 자회사가 공동 출자한 회사다. 현대홈쇼핑 방송은 호찌민 하노이 등 베트남 전 지역에 24시간 송출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2020년까지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을 포함 송출가구 수를 1300만 가구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새로운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다”면서 “앞으로도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호주 ANZ은행 베트남 소매금융을 인수해 현지에서 외국계 은행 1위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사업 성공사례로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을 꼽을 수 있다. 카드사업 등 현지화를 바탕으로 한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당기순이익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신한금융그룹 측 설명이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베트남#한류 열풍#하노이#호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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