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 ‘통신 고속도로’ 설치… 방사능-적조 실시간 탐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3시 00분


[2017 SEA FARM SHOW/바다가 미래다]<4> 해양산업에도 디지털 혁명

KT가 개발한 해상감시용 무인항공기 ‘스카이십’이 10월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상공을 날고 있는 모습. 비행선 형태로 추락 위험성을 줄이고 기체 크기를 자유롭게 늘릴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KT 제공
KT가 개발한 해상감시용 무인항공기 ‘스카이십’이 10월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상공을 날고 있는 모습. 비행선 형태로 추락 위험성을 줄이고 기체 크기를 자유롭게 늘릴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KT 제공
전 산업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해양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사들의 정보통신기술(ICT)은 전통적인 해양산업인 조선, 해운업과 함께 ‘오션 코리아’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SK텔레콤은 5월 서해에서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수중 통신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바닷속 통신 고속도로’로 불리는 수중 기지국을 만든 것은 세계 최초였다. 서해는 혼탁하고 수심이 얕아 조건이 나쁜데도 시연에 성공해 의미를 더했다.

수중 통신기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수산 먹거리 안전을 위한 방사능, 패류 독소 감시와 적조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쓰나미나 해저 지진 조기 경보, 잠수함 탐지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호서대 등 13개 기관이 참여한 국책 연구과제로, 2015년부터 3년째 진행 중이다.

수중 기지국을 직접 설치함으로써 20∼30km 범위 내 수중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통신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최소화된다. 전력도 적게 든다. 수집된 데이터는 기지국을 거쳐 해상 통신 부표로 전달된 후 위성과 LTE 등 통신망을 통해 지상으로 전송되는 구조다. 물속에서는 음파, 공기 중에서는 전파를 활용한다. SK텔레콤은 올해까지 서해안에 수중 통신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이르면 2020년 최종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지국 주변 해류, 수온, 염도, 조류 등 빅데이터를 확보해 수자원 보호와 해양 환경 연구 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KT의 관심은 해양 안전이다. 선박사고의 85%는 육지로부터 40km 이내 연안의 소형 선박에서 발생한다. 대형 선박은 첨단 장비를 활용해 충돌 사고에 대비하지만 소형 선박은 비용 부담 때문에 시스템 도입이 어렵다.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KT의 ‘마린내비’는 LTE와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기반으로 해상 교통 정보와 해상 상황 영상을 한 번에 보여주는 통합 선박 안전 솔루션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와 영상으로 분석한 충돌 위험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알람이 울린다. 해무가 끼는 등 기상 악화로 시계가 좋지 않으면 영상분석기술을 통해 항해사에게 깨끗한 운전 시야를 제공한다.

이처럼 정보기술(IT)은 미래 바다를 더 안전하고 풍성한 조업장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선박사고나 조난이 발생하면 현장 파악과 구조를 위해 드론이나 헬기가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드론은 비행 거리와 시간이 짧고 헬기는 전문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KT는 드론과 헬기의 단점을 보완한 비행선 형태의 무인항공기 ‘스카이십’을 개발했다. 시속 70km로 8시간가량 날 수 있고 의약품과 구명조끼 등의 전달도 가능하다. 본체에 설치된 360도 카메라와 LTE 통신모듈로 고화질(HD) 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바일 플랫폼이나 안전관제센터로 보낸다.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로 어촌 주민들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태풍 등을 감지하고 예방 정보를 제공하는 ‘자연재해 예방 솔루션과 센서’, 지능형 CCTV로 움직임을 포착해 어획물 도난 시 경고 방송을 하는 ‘어획물 도난탐지’ 기술이 대표적이다.

통신사들이 IT로 바다를 보다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면 유통업체들은 국내 양식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의 수산물 매출 중 국산은 2010년 80%에서 지난해 51%까지 떨어졌다. 어족 자원 고갈과 어획량 감소가 원인이다. 이마트는 해외에서 대체 수산물을 공수해 오는 동시에 국내 양식장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우선 6월부터 우수한 양식 어가를 ‘이마트 수산목장’으로 지정해 대형 기획행사를 열고 있다. 대상은 산지 양식장 중 우수한 수준으로 생산 관리를 하고 있는 양식장을 이마트 바이어가 직접 선정한다. 이와 함께 선진 양식 기술을 도입한 다금바리, 참복, 민어 등 고급 양식 어종의 대중화에도 투자하고 있다. 양식 수산물은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홍덕 이마트 수산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국산 수산물 공급을 위해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안전한 수산물을 상시 공급하기 위해 지정 양식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양식 수산물인 전복의 경우 국내 최대 산지인 완도군 노화도에 3000t 규모의 지정 양식장을 준비 중이다. 노화도는 완도에서 배로 40분 거리로 사람의 발길이 뜸한 청정 해역이다. 롯데마트는 완도군의 최대 전복 생산조합인 완도전복주식회사를 통해 전복을 공급받고 있다. 지역 어민들과의 상생이다. 롯데마트는 내년 1월 완도전복주식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전복 판매의 새로운 채널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까지 새우, 광어, 장어 등의 어종에 대해서도 지정 양식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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