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개정 말고 한미FTA 폐기”… 계란 던지고 정부측과 몸싸움
종합토론-질의응답 무산됐지만
정부 “요건 충족… 후속절차 진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한 공청회가 농민들과 축산업계의 반발로 파행으로 끝났다. 농업계는 “한미 FTA로 제조업이 이익을 가져간 대신 피해는 농축산업이 받았다”며 정부 측 인사와 격하게 충돌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공청회가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개정 협상을 위한 후속 절차를 강행하기로 해 난항이 예상된다.
10일 오전 9시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참여하는 ‘FTA 대응 대책 위원회’는 공청회가 예정된 서울 강남구 코엑스 308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5년 전 한미 FTA가 발효될 때는 정부가 농업 피해를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외면했다”면서 “퍼주기식 개정에 나서지 말고 한미 FTA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는 예정대로 오전 9시 반에 시작됐다. 하지만 시작 20분 만에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모든 순서가 중단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미 FTA는 상호 호혜적”이라고 발표하자 대책위 관계자들은 “거짓말 말라”면서 “농업 분야 피해는 왜 빼고 발표하느냐”고 항의했다. 또 계란과 신발을 던지고 책상 위에 올라가 정부 관계자들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과 대책위 관계자들 간에 몸싸움도 벌어졌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현장에서 “농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은 없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소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예정된 종료시간이었던 낮 12시쯤 공청회 현수막을 벽에서 떼고 찢기도 했다.
결국 산업부는 정해진 공청회 식순 중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하지 못한 채 “오늘 공청회를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FTA 개정 협상을 위한 다음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농업계의 반발이 ‘의견 청취가 현저히 곤란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고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공청회 개최 의무를 다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정부는 2006년 2월 한미 FTA 공식 협상을 시작할 때도 농민단체가 단상을 점거해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지만 공식 협상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한미 FTA 통상조약 체결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보고할 방침이다. 또 빠른 시일 내에 농축산업계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남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 직후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18일 전국농민대회를 시작으로 끝까지 투쟁해 개정 협상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개방이 낮은 수준과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을 때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0004∼0.0007%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은 1200만∼2400만 달러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결과가 어떻게 도출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산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농산물 개방이 됐을 때 경제적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도 “농업 부문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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