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에 키가 5cm 큰다는 곡물가공식품 페이스북 광고. 이 식품을 먹고 키가 166cm가 됐다는 여성의 6개월 전 신장계 수치. 페이스북 화면 캡처
168cm 키 때문에 고민하던 윤모 씨(28)는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광고영상 속 20대 여성은 “160cm도 안 돼 고민했는데 ○○을 먹고 운동했더니 놀랄 만큼 커졌다”며 해맑게 웃었다. “6개월 만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글과 ‘구매좌표(인터넷 주소)’가 적혀 있었다. 윤 씨는 한 달 치(10만 원)를 사서 꾸준히 먹었지만 키는 그대로였다. 윤 씨는 ‘누가 이런 거짓말을 하나’ 싶어 광고영상을 올린 페이지에 들어갔지만 이미 삭제됐다. 이 광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허위·과대광고 판정을 받았다. 쌀 보리 옥수수 등을 갈아 섞은 곡류가공품인데 효과를 너무 과장한 것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허위·과장광고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SNS 허위·과장광고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체험기와 리뷰 형태로 돼 있다. 광고와 실제 체험기나 후기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다. 광고사기를 별로 당해 보지 않은 10, 20대가 주요 타깃이다.
10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는 이 같은 허위·과장 광고로 보이는 게시물(스폰서 게시물)이 여럿 등장했다. ‘동그란 링을 몇 주간 끼웠더니 생식기 길이가 5cm나 늘어났다’는 등 비상식적인 것들이 많았다. ‘복부 패치를 2주간 꾸준히 붙였더니 허리둘레가 5인치 줄었다’는 동영상과 연결된 쇼핑몰에는 ‘2주 넘게 썼는데 1인치도 줄지 않았다’는 댓글이 남아 있다. 수면유도제인 것처럼 홍보한 제품 광고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제품은 라벤더 오일 등을 혼합해 만든 방향제로 관련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
현행법상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제외하면 이들 광고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는다. 광고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심위, 소관 부처의 사후 심의 등을 거쳐 제재를 받는다. 문제는 SNS를 훑으며 광고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타깃 계층이 주로 쓰는 SNS는 모두 외국기업 소유라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방심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를 통해 해당 계정과 게시물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내린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조치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SNS 계정에 게시물 접속을 막아도 다른 계정에 같은 광고를 또 올리면 그만이다.
방송사 광고는 사후 심의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당 방송사에 책임을 물어 주의나 경고 조치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는 자발적으로 사전 심의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SNS 업체에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체 기준에 따라 문제가 있어 보이는 광고는 걸러내지만 허위·과장광고처럼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먼저 광고의 사전 심의 여부를 확인하거나 심의를 의뢰한 적이 없다. 해외 SNS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위·과장광고는 일부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업체가 부추긴다. 스타트업 창업주인 박모 씨(30)는 “건당 20만∼30만 원만 주면 광고영상을 만들어준다는 업체 제안서가 하루에 몇 건씩 e메일로 온다. 이런 과장광고 때문에 정직하게 만든 리뷰가 외면당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전체 전자상거래 사기피해 신고 중 SNS 관련 피해는 10% 안팎이지만 꾸준히 증가세다. 온라인 광고 시장은 지난해 기준 3조7000억 원 규모로 전체 광고시장의 3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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