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규제 공포에… 신세계 부천점 결국 접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3시 00분


백화점 건립계획 2년만에 무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추진 의지를 보였던 경기 부천 신세계백화점 건립계획이 2년여 만에 결국 물거품이 됐다. 상권 침해를 우려한 인근 상인들의 거센 반발과 인천시와 부천시의 갈등에다 유통 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겹쳐 대규모 기업 투자를 막아선 셈이다.

15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부천시는 이달 1일 신세계에 공문을 보내 상동 영상문화산업단지 복합개발사업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사업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신세계에 협약 불이행에 따른 협약이행보증금 115억 원도 청구했다.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천시는 2015년 9월 영상문화산업단지 복합개발 사업 우선협상자로 신세계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신세계는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백화점 등을 포함한 복합쇼핑몰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상인들이 격렬하게 들고일어났다. 대형마트 때문에 매출에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신세계는 이후 대형마트를 빼고 백화점만 짓기로 계획을 바꾸고 사업 부지도 7만6034m²에서 3만7373m²로 축소했다.

사업 부지와 가까운 인천 부평구 전통시장 상인들과 인천시는 반발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인천시와 부천시 등 두 지자체 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올해 5월 신세계는 다자기구 합의체를 만들어 지역 상생 협의를 마친 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김만수 부천시장이 8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신세계 측에 “매매 계약을 더 미루면 소송에 나서겠다”는 ‘최후통첩’을 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사업을 빨리 하라는 부천시와 이를 반대하는 인천시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정 부회장은 8월 중순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인천과 부천)지역 단체장끼리 갈등이 해소돼야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지난달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통시설에 대한 허가제 도입과 인접한 지자체 및 기존 상권과의 합의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신세계로서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부천점 사업이 중간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

부천시와 신세계 간 소송전도 예고되고 있다. 부천시는 사업 진행에 들어간 용역비와 사업 지연으로 발생한 기회비용 등을 신세계에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사업 무산이 과연 신세계의 잘못인지는 소송 과정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세계백화점 부천점 건립 사업은 새 정부의 상생 정책을 가늠할 시험대로 유통업계가 주목해왔다. 신세계는 부지를 사들인 뒤 지역 반발로 건립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롯데 상암몰의 경우처럼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생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지자체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시는 신세계와 매매가 무산된 토지를 포함한 영상복합단지 내 부지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 사업자를 찾을 계획이다. 주민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효정 씨(34·부천시 상동)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 이곳에 창고형 매장이 들어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지자체 간 갈등에 결국 피해는 주민들이 본 게 아닌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신세계#건립#무산#유통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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