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냄새나 맛, 소리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른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냄새 같은 감각적 경험이 인간의 기억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설의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와 맛을 통해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마르셀로 하여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기 자신을 찾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감각적 경험’이었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기업도 프루스트 현상을 일으키는 감각적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쌀 판매점 ‘아코메야’는 고객의 감각적 경험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코메야는 쌀 판매 전문점이지만 단순히 쌀만 팔지 않는다. 매장에서 20여 종의 쌀을 적절히 도정해 지은 밥을 고객들에게 맛보게 한다. 고객이 갓 지은 쌀밥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밥과 관련된 감각적 경험들을 매장에 구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갓 지은 밥에 어울리는 반찬과 프리미엄 사케는 물론 조리기구와 주방용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아코메야의 사례는 기업이 고객에게 감각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코메야는 매장에서 쌀뿐 아니라 쌀을 테마로 하는 감각적인 경험을 함께 판매한다. 즉,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선택한 쌀로 지은 밥과 그에 어울리는 반찬에 사케까지 곁들여 식사 한 끼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레 관련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 아코메야는 쌀집의 개념을 단순히 쌀만 파는 곳이 아닌 새로운 생활양식을 제공하는 매장으로 바꿔 놓으면서 시장을 확대했다.
많은 기업이 고객에게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기억을 오래 남기기 위해 다른 기업과 치열하게 싸운다. 프루스트 현상은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에 담긴 문화, 즉 감각적 경험이 고객의 기억에 오래 각인될 수 있다는 통찰을 준다. 아코메야의 사례처럼 고객의 머릿속에 오래 남으려면 제품과 더불어 고객에게 행복한 기억을 일깨워주는 감각적 경험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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