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A 씨(23)는 얼마 전 한 미인대회에 참가했다. 한국 전통의 멋에 어울리는 여성을 선발하는 대회였다. 참가비는 30만 원. 처음 열린 대회라 생소했지만 입상하면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용기를 냈다.
본선이 열리기 전 주최 측이 마련한 참가자 회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주최 측 임원 B 씨는 “회식도 사회생활이다” “술도 잘 따를 줄 알아야 한다” 등의 말을 반복했다. 회식이 끝난 뒤 B 씨는 A 씨 등 참가자 일부에게 2차 술자리를 제안했다. 거절하면 대회 결과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A 씨는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참석했다.
자리를 옮긴 뒤 B 씨는 A 씨에게 “왜 춤을 안 추냐”며 강제로 무대로 끌고 나갔다. 다른 임원은 A 씨 바로 뒤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참가자의 어깨와 허리 등에 손을 대고 춤을 췄다. 놀란 A 씨는 “화장실에 간다”고 말한 뒤 밖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두려움 속에 겨우 대회를 마쳤다.
최근 취업을 앞둔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인대회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이름을 들어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회들이다. 주제도 비슷해 한복 관련 미인대회는 올해 전국적으로 10개 넘게 열렸다. 소규모 미인대회라도 경쟁률은 3∼5 대 1을 넘는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C 씨는 “주변을 보면 미인대회 입상자가 취업이 잘되는 경우가 많아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시들해졌던 전문학원의 인기도 다시 오르고 있다. 일대일 과외나 화상수업까지 열린다. 수업은 회당 10만∼20만 원 선. 미인대회 출신 강사에게 드레스나 수영복을 입고 걷는 모델워킹이나 인터뷰, 장기자랑 요령 등을 배울 수 있다. 각 대회의 특성을 분석하고 참가자의 식단과 몸매 관리도 책임진다. 한 미인대회 전문학원 관계자는 “승무원과 아나운서 준비생뿐 아니라 대기업 취업준비생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회를 둘러싼 공정성이나 과장 홍보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한 번 열린 뒤 1년 만에 없어지는 대회도 있다. 대회 과정에서 성희롱 등 갑질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스펙 하나가 아쉬운 취업준비생들은 제대로 항의조차 못 한다.
20대 여성 D 씨는 참가비 수십만 원을 내고 한 미인대회에 지원했다. 다행히 입상권에 들어 상금도 받게 됐다. 그러나 주최 측은 뒤늦게 대회 당일 “상금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제주도 여행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E 씨도 한 미인대회에 참가했다가 주최 측 관계자가 마련한 회식에 참석했다. 이 관계자는 “나는 스무 살 넘게 차이 나는 여자를 주로 사귄다. 너희도 나이 많은 남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대부분 참가자에게 “대회 기간 발생한 근거 없는 루머 등을 폭로해 업무에 지장을 줄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게 한다. 인터넷에 부정적 내용이 담긴 후기도 올리지 못하게 한다. 대회에 참가했던 20대 여성 F 씨는 “주최 측 인사가 방송계나 연예계 인맥을 과시하며 취업까지 도와주겠다고 해서 내가 겪은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탈락한 참가자들의 과민 반응이라는 의견이다. 미인대회 주최 측 임원 B 씨는 “대회에서 떨어진 참가자들이 안 좋은 감정으로 문제 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술자리에서 신체가 닿을 순 있지만 일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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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04:23:56
여자란 미모만큼 정조도 중요하거늘... 기사문대로라면 그놈들 변명은 말이 아니고 개소리에 불과하다. 이래서야 어떻게 세계 미인은 고사하고 아시아 미인인들 나오겠나? 예부터 여자의 몸은 마음따라 간다. 아무리 미인이 있어도 마음을 얻지 못하고 만지면 추행밖에 더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