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연구조직을 신설하는 등 미래 먹을거리 발굴 조직을 정비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 및 보직 이동 인사를 22일 발표했다. 수장을 모두 바꾸며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한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부품(DS) 등 3개 사업부문의 틀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달 2일 사장단 인사와 16일 임원 승진 인사에 이은 이번 인사로 2018년 정기 인사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그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DS부문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이끌어 온 손영권 사장(사진)이 앞으로는 회사 전체의 미래 먹을거리 발굴 작업을 총괄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BD)과 관련한 손 사장의 역할을 DS에만 국한하지 않고 CE와 IM부문으로 확대한다”며 “최근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이뤄지는 융·복합화와 업계 내 합종연횡에 대응하고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여파로 지난해 말 이후 미뤄져 왔던 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전장 전문업체 하만의 이사회 의장 역할도 계속 맡아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확대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반도체 이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인사”라며 “1983년부터 인텔 등 실리콘밸리 주무대에서 오래 활동해 온 손 사장이 본사와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달 초 기존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해 재출범시킨 ‘삼성리서치(Samsung Research)’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했다. 삼성전자 내에서 이뤄지는 AI 연구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회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인 AI 관련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8월 캐나다 몬트리올대에 ‘AI 랩(Lab)’을 세우고 종합기술원 연구원을 파견해 현지 교수진, 학생들과 함께 AI 핵심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신임 CE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이 연구소장을 겸직하고, 내부 운영을 총괄하는 부소장은 소프트웨어센터 부센터장 출신인 조승환 부사장이 맡는다. AI센터장은 소프트웨어센터에서 AI팀장을 맡았던 이근배 전무가 맡는다.
기존 부품과 세트사업은 앞서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CE, IM, DS의 3대 사업부문장을 한꺼번에 파격적으로 바꿨던 만큼 현재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수장이 모두 바뀐 이상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소폭의 사업단위 조정만 한 것으로 보인다. DS부문은 김기남 사장이 신임 부문장으로 위촉됨에 따라 공석으로 비어 있던 반도체총괄을 폐지하고 부문-사업부 2단계로 조직을 재편했다. 박찬훈 부사장은 DS부문 기흥 화성 평택단지장, 황성우 부사장은 종합기술원 부원장 겸 디바이스&시스템 연구센터장에 선임됐다. 공석인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백수현 부사장이 맡는다. 관심을 모은 사업지원TF 관련 내용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리더를 맡는 이 조직엔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인사 및 재무팀장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 사업부문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4년 만에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본급의 400%로 이 중 일부는 회사와 매칭그랜트 형태로 협력사 상생 협력금(150억 원)을 조성하는 데 쓰인다.
협력사 인센티브도 역대 최대 규모인 50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상반기(1∼6월)에 총 138개 업체에 201억7000만 원을 이미 지급했으며 올해 전체 경영성과 공유 규모는 6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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