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에 있는 변속기부품 제조회사 한호산업은 지난해 12월부터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부품 업체인 셰플러에 납품을 시작했다. 전기자동차 변속기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한호산업은 매출액 규모가 600억 원대이고 종업원은 220명 정도다. 중소기업인 한호산업이 전기차 관련 부품 생산을 시작한 것은 셰플러에 납품을 하면서부터다. 김경률 한호산업 기술연구소장은 “앞으로 성장 전망이 밝은 전기차 산업 생태계에 진입함으로써 기업이 더 클 수 있는 좋은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호산업이 셰플러에 납품하게 된 것은 KOTRA의 글로벌파트너링(GP)사업이 결정적이었다. GP사업은 KOTRA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한호산업은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GP 유럽 2015’에 참가했고 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을 통해 셰플러를 소개받았다.
GP사업은 글로벌 기업들의 부품 수요를 파악한 후 적합한 한국 중소기업을 찾는다는 점이 기존 KOTRA 지원 프로그램과 다르다. 기존에는 중소기업들이 자사 상품을 전시회 등을 통해 내놓고 상품을 사갈 기업을 기다리는 식이다. GP사업은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 발굴이 선행되므로 수요에 부합하는 기업을 찾아 지원하기 용이하다. 중소기업은 납품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해외 기업을 만나게 돼 계약 성사를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KOTRA는 2010년부터 GP사업을 시작했다. GP사업을 통해 납품 계약을 맺거나 납품이 개시되거나 납품을 위해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 건수는 지난해 206건, 금액으로는 2억2300만 달러(약 2431억 원)에 이른다. 2015년 186건 성사에 1억7200만 달러(약 1875억 원)에서 늘어났다.
같은 기간 GP사업을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무역관은 32곳에서 40곳으로 늘었고 2017년 현재는 45곳으로 증가했다. 중점 무역관들은 계약 성사를 늘리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 한국 중소기업의 연계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항공기 부품업체인 트라이엄프사와 납품 계약을 맺은 한국치공구공업의 박지상 상무는 “GP사업은 항공처럼 특정 분야별로 상담 행사를 열어 유효한 바이어를 만날 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한국치공구공업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 독일 뮌헨, 경남 사천에서 열린 GP행사에 연이어 초청받아 참석했다. KOTRA는 GP사업 분야를 항공 자동차 조선 기계 정보기술 등 10개로 세분해 관리하고 있다.
KOTRA는 국내 중소기업들과 연결할 글로벌 기업을 선정하는 데도 기준을 세워뒀다. 연 매출액이 1억 달러(약 109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KOTRA에 따르면 1억 달러는 최소한의 기준이고 대부분은 매출 10억 달러(악 1조900억 원)가 넘고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 기업에 들어가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현수 KOTRA 글로벌기업협력실 과장은 “국내 중소기업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글로벌 기업을 연계해줘야 안정적으로 납품을 하고 기술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GP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갖추기 위한 컨설팅 및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KOTRA는 28,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프랑스 자동차그룹 PSA, 일본 스미토모 전자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참여하는 ‘GP 코리아 2017’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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