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묻지마 귀농·귀촌’ 이제 그만… “맞춤형 컨설팅 받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청년희망뿌리단’이 간다]<1> 지방에 정착하는 청년들

㈜공장공장이 올 7월 전남 목포 사무실에서 첫 채용설명회를 열었을 때 모인 청년들.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남성은 홍동우 
공장공장 대표. 홍 씨와 또 다른 대표인 박명호 씨는 대도시 청년이 지역에 잘 정착하도록 돕는 ‘청년희망뿌리단’에 참여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사업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했다. ㈜공장공장 제공
㈜공장공장이 올 7월 전남 목포 사무실에서 첫 채용설명회를 열었을 때 모인 청년들.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남성은 홍동우 공장공장 대표. 홍 씨와 또 다른 대표인 박명호 씨는 대도시 청년이 지역에 잘 정착하도록 돕는 ‘청년희망뿌리단’에 참여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사업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했다. ㈜공장공장 제공

한량을 꿈꾸는 두 청년이 별다른 연고도 없는 전남 목포로 내려갔다. 각각 서울과 인천에서 자란 홍동우 씨(31)와 박명호 씨(30). 두 사람은 2014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법인 ㈜공장공장을 세우고 여행사, 문화행사 기획, 숙박업에 나섰다. 홍 씨는 “목포는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은 매력적인 도시라 최적의 정착지라고 판단했다. 대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지방 중소도시에 기회가 더 많을 거라 생각했고, 역시 그랬다”고 말했다.

초창기 현지 사정을 잘 몰라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역에 특화된 관광 상품을 개발하려면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사람의 도움도 필요했다. 두 청년은 최근 남도의 여러 섬을 두루 여행하며 독특한 체험을 하는 상품을 구상하고 있다. 지인의 조언으로 행정안전부 ‘청년희망뿌리단’ 사업에 신청해 국내 섬 전문가에게 맞춤형 워크숍을 받았다.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과 함께 목포 인근 섬을 6번 찾으며 사업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 지역 창업의 ‘길’을 알려주다

행안부는 대도시 청년이 지역에 잘 정착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공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청년희망뿌리단을 만들었다. 창업을 위한 전문지식이나 정보를 필요로 하는 청년과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를 연결하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한국지역진흥재단과 힘을 합쳐 청년이 창업을 희망하는 분야의 전문가를 발굴해 알려주고 이에 소요되는 교육비와 진행비 등을 지원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지역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79개(34.9%)다. 청년들을 통해 지역 사회에 활력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청년 일자리사업은 대부분 도시에 집중돼 농어촌에 맞춤형 청년 유입 정책이 필요했다”고 희망뿌리단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올 4월 첫 공모에서 32개 팀(41명)이 뽑혔다. 41명 중 22명은 지역에서 활동하며 다른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네트워크 활동을 희망했다. 10명은 문화·관광 분야를 희망했고 4명은 제조·디자인 분야에서 창업하겠다고 했다. 3명은 귀농했고 나머지 2명은 지역 빈집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운영 등을 꿈꿨다. 이들은 현재 충남 서산, 전남 순천, 강원 강릉을 비롯한 20개 시·군·구에 정착했다.

○ ‘개인교습’ 방식 족집게 강좌

희망뿌리단의 가장 큰 장점은 맞춤형 컨설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이미 짜인 교육기관의 대형 강좌를 듣는 방식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꼭 필요한 내용을 신청하면 최적의 전문가와 연결돼 사실상 개인교습을 받는다.

문화·관광 사업에 관심 많은 청년에게는 관광 전문가를 섭외해 주고 빈집 등을 빌릴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도 연결해 준다. 음식점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고 싶은 청년에게는 소규모 사업장 경영자에게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지역의 역사 민담 설화에 밝은 향토사학자를 만나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사업 아이템 구상도 가능하다. 귀농 청년에게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 사례와 그렇게 농사를 짓는 사람도 소개해 준다. 이른바 고객 맞춤형이어서 매우 효율적이고 청년들의 만족도도 높다.

낯선 지역에 정착해야 하는 청년들이 이방인으로 겉돌지 않도록 현지에서 인적 네트워크도 쌓아주고 있다. 가능하면 비슷한 또래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 서로 고충을 나누고 해법을 모색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박 씨는 “지역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현지 전문가가 큰 도움이 된다. 또 동년배의 조언을 들으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자체 사업과 연계해 경제적 지원도

행안부는 희망뿌리단 사업의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지자체 일자리사업과 연결해 경제적 지원을 안정감 있게 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에서 원하는 청년 수요와 역할 등을 미리 파악하려고도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빠르게 정착하고 자연스럽게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도 대폭 늘려서 창의적인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귀농 귀촌, 더 나아가 창농(농업을 활용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최대한 시행착오를 덜 거치고 정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이로 인해 인구 소멸 우려마저 감도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해법을 다각도로 마련하겠다.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이후에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청년희망뿌리단#귀농#귀촌#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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