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한국 대기업 경영자 혹은 그 자식의 안하무인격 언행이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욕설, 폭행을 해서 사과문을 발표하지만 얼마 후 또다시 사고를 치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미국에서도 기업 경영자의 나쁜 행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한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대기업이 아니라 주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대표적이다. 그는 우버 차량에 탑승해 운전자에게 막말을 하기도 하고, 사내에 만연한 성희롱과 남성 중심적 문화를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문화를 조장해 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결국 우버의 평판에 커다란 흠집을 낸 채 2017년 6월 이사회에서 해고됐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의 몇몇 창업자들이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기업의 차등의결권 구조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일반 주식보다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특수 주식을 창업자에게 부여할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은 모두 이런 구조를 통해서 창업자와 일부 임직원이 경영권을 꽉 잡고 있어 반대파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
물론 차등의결권만이 안하무인격 언행의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포드자동차, 나이키, 뉴욕타임스 등 전통 산업에서도 차등의결권 구조를 갖는 기업이 많지만 이런 회사의 경영자가 사회적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유독 첨단기술 스타트업의 젊은 경영자들이 사고를 치곤 한다. 왜 그럴까.
스탠퍼드대 스티브 블랭크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11-12월호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근본 원인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은 젊은 창업자들이 작은 사고를 치더라도 웬만하면 눈감아주는 경향이 있다. 또 너무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다 보니 개별 기업의 안건을 제대로 감독하기가 어렵다. 경영자의 전횡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
블랭크 교수는 이런 투자자들의 방관이 결국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기관투자가들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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