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였다. 6년 5개월 만에 단행한 인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지속된 저금리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싼 이자로 돈을 빌려 부동산, 주식 등에 투자하는 일이 어려워지게 됐다. 가계와 기업 모두 ‘금리 인상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외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통화정책이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 이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그동안 “언제 올릴지 시기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정사실로 통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금리를 올린 뒤 미국 금리는 연 1.00∼1.25%로 한국과 같아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그대로 두고 미국이 12월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섰다면 초유의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금리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14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커진 것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 당장 채무자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차일피일 미뤘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올릴 경우 빚을 진 사람들이 받을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논리였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내년에 1, 2차례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가계, 기업의 이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고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겨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나치게 느슨해진 돈줄을 조여 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