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대신 친환경 바나나… 제주,고수익 열대작물 바람 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4일 03시 00분


온난화로 망고 등 열대과일 잘 자라 병충해 적고 수확 쉬워 인건비 절반
수입보다 비싸지만 ‘안심 먹거리’… 시장성 밝아 롯데마트 판매 돌입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대과일 농장을 하는 김순일 씨가 수확을 앞둔 바나나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대과일 농장을 하는 김순일 씨가 수확을 앞둔 바나나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낯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키가 3m 정도 되는 열대나무들. 사람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넓적한 잎. 그 사이사이에는 초록빛 바나나 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순간 동남아 어느 곳에 온 기분이 들었다.

지난달 21일 찾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김순일 씨(51)의 바나나 농장 광경이다. 김 씨는 30년간 감귤을 재배하던 1만 m²(약 3025평) 농장에 바나나와 파파야 나무를 심어 지난해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갔다. 외국산과 달리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아 수입 바나나의 3, 4배 높은 가격에 팔린다. 김 씨는 “바나나가 이유식에 많이 들어가서 젊은 주부들이 온라인으로 많이 주문한다”며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감사 전화도 받는다”고 말했다.

제주산 바나나, 망고, 파파야 같은 열대과일 작물의 맛과 품질은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제주 기온도 높아지면서 제주 열대과일 재배 열기가 뜨거워지는 추세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한라봉을 키우던 임정교 씨(58)도 지난해 한라봉 나무를 싹 베어내고 그 자리에 열대과일인 망고 묘목을 심었다. 재배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올해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그는 “한라봉을 재배했을 때보다 망고로 버는 소득이 3배 정도 많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의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7도로 1950년대보다 2도 올랐다. 연 강수량도 1500mm 안팎으로 온난다습한 동남아 날씨와 비슷해지고 있다. 안세민 롯데마트 열대과일 상품기획자(MD)는 “최근 국내에서 열대과일 작물 재배지가 많아져 동남아 출장보다 오히려 제주나 남부지방 출장이 더 잦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농가들이 열대작물 재배로 돌아서는 이유에는 극심한 인력난도 한몫하고 있다. 감귤 농사는 병충해 관리에 손이 많이 가지만 열대과일은 병충해가 적고 수확도 수월해 인건비가 기존 작물의 절반 정도만 들어간다. 진재봉 제주 중문농협 유통사업소장은 “초기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한 번 투자하면 날씨로 인한 피해가 노지 감귤보다 적어 농가들의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감귤 재배 면적은 2007년 2만1339ha에서 지난해 2만491ha까지로 줄었다. 반면 감귤류를 제외한 과일류 재배 면적은 2007년 425ha에서 작년 517ha까지 늘었다. 제주 귀농을 준비 중인 노필승 씨는 “열대과일은 부드럽고 달아 아이나 노인층에서 더 좋아할 것 같다. 사업 전망이 좋다고 판단해 적합한 농장 부지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제주산 열대과일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남아 여행 인구가 늘면서 열대과일을 접해본 소비층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서울 강남점과 경기 성남시 판교점에서 처음으로 제주산 바나나 판매에 들어갔다. 젊은 주부를 중심으로 소비자 반응이 좋아 다른 점포로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롯데마트 측은 “수요가 늘면 재배량도 함께 늘어난다. 몇 년 안에 수입산 대비 국산 열대과일 가격이 1.5∼2배 수준까지로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귀포=정민지 기자 jmj@donga.com
#감귤#바나나#제주#열대작물#온난화#병충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