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1심 판결… 검찰은 10년 구형… 총수 부재땐 日경영진 변심 우려
지배구조 개선에 일부 日주주 불만… 신회장 출장까지 가서 설득 총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1일 6박 7일 일정으로 일본 출장길에 나섰다. 한일 롯데를 아우르고 있는 신 회장이 일본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번 출장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22일 ‘운명의 날’을 앞둔 행보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달 22일 경영비리와 관련한 1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10월 30일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 벌금 100억 원을 구형했다. 14일에는 면세점 뇌물 혐의 재판의 최후진술을 해야 한다. 한일 롯데 100조 원대 기업을 책임지는 총수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지 모르는 중대한 시점이다. 롯데 안팎에서는 ‘잔혹한 12월’이란 말이 나온다.
신 회장은 중대한 시점에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주주와 투자자에게 현재 자신의 혐의가 무엇이며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떤지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신청됐을 때보다 요즘이 일본 주주 및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10월 말 검찰의 구형 이후 패닉 상태다. 한 롯데 관계자는 “흔들림 없이 일상적 업무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주요 투자결정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22일 뒤로 미루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롯데가 총수 부재 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본 경영진의 변심(變心)이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롯데는 다른 그룹의 총수 부재와 상황이 다르다. 단순히 투자 지연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아직 경영권이 완성된 상황이 아니라 (신 회장의 부재 시) 일본 경영진이 한국 롯데에 간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시대의 롯데는 100조 원이 넘는 사업체는 한국에 있고, 지주회사는 일본에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신 회장은 ‘원 롯데 원 리더’ 체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한국 롯데를 일본으로부터 분리하려 했다. 호텔롯데 상장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로 좌초되자 신 회장은 롯데지주사 출범을 통해 ‘뉴 롯데’의 그림을 그리려 했다. 롯데쇼핑(유통)과 롯데제과·칠성음료·푸드(식품 계열사)를 지주사 체제에 편입시킨 상태다. 이후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계열사도 지주사로 편입시키고, 향후 호텔롯데와 지주사의 합병을 통해 한일 롯데를 분리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한 일본 주주들의 반응은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본 롯데 규모보다 20배나 큰 한국 롯데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주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지배구조 선진화가 향후 롯데 실적에 긍정적이라는 메시지로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그가 부재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게 롯데 내부의 우려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현재 한국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 지분 19.1%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임원들에게 이런 외부상황에 대해 침착하게 대응하자며 주요 인수합병(M&A) 건은 뒤로 미루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22일 고비를 넘긴다 해도 내년 1월 면세점 관련 구형, 선고가 줄줄이 남아 있다.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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