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벤처 투자 실적이 2조300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투자액(2조1503억 원)보다 1500억 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3년 연속 벤처 투자액 ‘2조 원대’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 시장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손필수 KVCA 대외협력팀장은 “올해 10월까지 총 투자액은 1조8375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6729억 원) 대비 9.8% 늘었다”며 “연말까지 총 투자액은 2조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벤처기업당 평균 투자 유치 금액은 18억9000만 원으로 5년(2012∼2016년) 평균(18억5000만 원)보다 4000만 원 증가했다. 하지만 최고치였던 2015년(20억 원)에 비해선 1억1000만 원 낮은 수준이다.
주요 업종 중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 대한 투자가 가장 두드러졌다. 전체 투자에서 ICT가 차지한 비중이 28.3%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유통·서비스(17.4%) △바이오·의료(15.4%) △영상·공연·음반(12.2%) △전기·기계·장비(11.2%) 순으로 많은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VC)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치한 개별 벤처기업 중에도 ICT,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관련된 곳이 많았다. 올해 10월까지 VC로부터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벤처기업 상위 10개 중 8개가 ICT(3개), 유통·서비스(3개), 바이오·의료(2개) 업종에 속했다. VC로부터 총 414억 원을 유치해 투자액 유치 규모 기준으로 1위에 오른 ‘카페24’의 경우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ICT 기업이다. 카페24 다음으로는 씨티케이코스메틱스(화학·소재)와 마크프로(유통·서비스)가 각각 310억 원과 297억 원을 유치했다.
바이오·의료 업종의 경우 투자 유치 실적에서는 상위권에 속했지만 지난해(전체 투자에서 21.8% 차지)에 비해선 비중이 많이 줄었다. VC업계에서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실패 등 대형 투자 악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손 팀장은 “지난해에 비해 바이오·의약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해졌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여전히 많다”며 “향후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기업은 자체적으로 창업투자회사(창투사)를 설립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8월 인공눈물 제조업체인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설립한 수인베스트먼트캐피탈이 창투사로 등록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어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업체인 메디톡스가 설립한 메디톡스벤처투자도 창투사 등록을 마쳤다.
KVCA는 바이오·의료 벤처기업들이 창투사 설립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로 연구개발(R&D) 비용을 조달하는 데 수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다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전략적 제휴와 신성장동력 발굴이 가능하다는 것도 바이오·의료 벤처기업들이 창투사 설립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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