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 기업이 2013년 이후 4년 새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자산 규모가 6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3대 연기금 국민연금은 이르면 내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을 도입하기로 해 앞으로 지분을 대량 보유한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감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에 머물러 오던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서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주주로서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참고하는 행동강령으로,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낸다.
6일 기업경영성과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84곳으로 4년 전 42곳의 2배로 늘었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은 275곳으로 2013년 말보다 23.9%(53곳)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2013년 9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개별 종목에 10% 이상 투자하는 것을 금지했던 ‘10% 룰’이 완화되면서 지분 보유 기업 수를 크게 늘렸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의 지분가치 합계는 116조9742억 원으로 4년 전에 비해 144.5%(69조1406억 원) 늘었다. 지분 10% 이상 기업은 32조809억 원으로 2013년 말 7조3019억 원에 비해 339.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 총액 증가율 36.8%의 10배에 이르는 증가 폭이다.
기업별로는 LG하우시스 지분이 14.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세계(13.58%), 호텔신라(13.50%), CJ제일제당(13.48%), 한섬(13.47%), 대림산업(13.45%), 현대그린푸드(13.21%) 등 18개사가 13%를 넘었다.
BNK 금융지주(12.52%), 엔씨소프트(12.34%), 포스코(11.31%), KT(11.2%), 네이버(10.41%)는 국민연금이 지분 10%를 넘을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이기도 해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의 국민연금 지분도 10%에 육박했다. 2013년 말 5% 미만에서 올해 9월 말 9.71%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10.37%, 현대자동차는 8.12%였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해치지 않도록 독립성부터 보장해야 한다”며 “지분을 늘린 국민연금이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 추천 등 주요 인사나 사업, 투자 등에 개입할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기업 경쟁력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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