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몰렸지만 출시 지연… 값 폭락
조롱 글 올린 SNS 털어 고교생 지목
학생측 “보복 우려… 조롱은 무관”
10일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들떠 있었다. 비트코인을 갖고 있으면 이날 오후 출시 예정인 또 다른 가상화폐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27일 등장한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새로운 가상화폐) 출시 시점에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면 새 가상화폐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가상화폐 시장의 ‘호재’로 꼽는 인터넷 뉴스도 있었다. 사람들은 8월 이후 쏟아진 다양한 파생 가상화폐 중 하나 정도로 여겼다. 투자자가 몰리자 10일 오후 1시 30분경 1400만 원이었던 비트코인의 시세는 2시간 30분 후 1648만 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가 깨지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가 됐지만 아무 발표도 없었다. 20분이 지나자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SNS 계정으로 “치명적 이슈가 생겨 출시가 연기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계정에는 ‘급식체’(중고교생이 쓰는 말을 비하해 이르는 말)로 투자자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게 누가 비트코인 사랬냐” “앙 숏 개꿀띠(공매도를 해서 이득을 얻어 기분이 좋다)”라며 투자자를 놀리고, 영어로 “내 차익이다”라며 수백만 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나오는 사진을 공개했다. 오후 4시 40분경 비트코인 시세는 1499만 원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을 홍보해 왔지만 출시도 되지 않고 비트코인 값은 떨어지자 분노한 투자자들과 누리꾼은 문제의 SNS 계정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교생 A 군의 이름이 나왔다. 사람들은 이날 밤새도록 A 군의 페이스북 등에 “등굣길 조심해라” “곧 살해당할 텐데 어떻게 하냐” 등 협박성 댓글을 달았다.
A 군은 11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리꾼을 조롱한 글과 나는 관련이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도 모두 나를 사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도 이날 오후 9시경 “개발자 중 한 명인 ‘○○ ○○○○○’가 스트레스로 인해 우발적으로 조롱 글을 남겼다. 이 개발자는 우리 팀에서 제외됐다”며 “A 군은 팀 소속이 맞으나 조롱 글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은 ○○ ○○○○○를 A 군과 같은 학교 학생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A 군은 11일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보복 우려가 있어 12일부터는 부모님과 동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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