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해태 부라보콘의 CM송이다.”
1992년 12월 13일자 동아일보 8면의 박스 기사의 머리말이다.
부라보콘은 1970년 4월 순수 국내기술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콘 아이스크림이다. 지금도 그 인기는 남녀노소를 아우른다.
이날 동아일보 기사는 부라보콘의 기원을 짚었다. 유명한 ‘12시에 만나요’ CM송은 당시 10대였던 윤석화 씨가 등장한 광고를 통해 처음으로 전해졌다.
“부라보콘이 시판되기 전까지 국내 빙과 시장은 통칭 ‘아이스케키’로 불리던 아이스바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귀에 친숙해진 CM송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끌면서 부라보콘은 겨울철에도 인기를 끄는 젊은이의 ‘데이트용 소도구’처럼 자리를 굳혔다.”
부라보콘이라는 이름이 낯설었던 노인들 사이에선 ‘소뿔 아이스케키’로 불렸다는 에피소드도 소개됐다. 부라보콘의 마케팅이 소비자의 관심을 끈 전략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이후로 많은 콘 아이스크림이 나왔지만 부라보콘이 그 첫 번째 였다는 점, 광고가 강렬했다는 점 등이 더해지면서 장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의 부침 속에도 안정적인 판매를 유지했다.
외래어 표기를 따르느라 기사 제목은 ‘브라보콘’으로 적혔다. ‘부라보콘’이라는 제품명은 외래어 표기에 맞지 않고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주기적으로 복고 열풍이 불 때마다 부라보콘이 소환되는 이유다.
일화도 있다. 1972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장에 부라보콘이 나오자 북측대표단이 ‘미제 아이스크림’이냐고 물었고, 한국 측은 상표와 회사 주소까지 확인하며 국산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1977년 여고생 제자들에게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에 서울 덕수궁 앞에서 부라보콘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던 선생님이 23년 뒤인 그날, 약속을 지켰다는 동아일보 기사(2000년 2월 23일자 30면)도 화제가 됐다.
부라보콘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 산업의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아이스크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명실상부한 ‘국민 아이스크림’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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