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새로운 파워9 프로세서는 데이터 집약적 AI 워크로드를 위한 알고리즘과 스트리밍 센서, 자유 유동 데이터의 관리를 위해 설계됐다. 프로세서는 14nm(나노미터)기술이 적용됐으며 8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했다. IBM 제공
인공지능(AI)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AI 전용 반도체 등 하드웨어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도 AI 전용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AI 전용 반도체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확대를 추진 중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전용 하드웨어 개발은 기존의 산업 영역 간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AI 분야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과의 인수합병(M&A)에 실탄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다. 동시에 각 분야 AI 하드웨어의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한 제품 공개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통의 강자인 인텔은 인텔캐피털을 통해 AI 스타트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너바나, 모빌아이 등 신생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퀄컴, ARM도 AI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AI 전용 칩(연산장치·AP) 내장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필수 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화웨이가 세계 첫 모바일용 AI 칩인 ‘기린 970’을 개발한 데 이어 애플도 최신작 ‘아이폰X’에 ‘뉴럴엔진’이 포함된 AP ‘A11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도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 S9에 AI 칩을 넣기 위해 연구하는 한편 영국 및 중국 AI 칩 기술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최근 조직 개편에서 AI센터를 신설하고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첫 모바일용 AI 프로세서인 ‘기린 970’을 개발한 중국 화웨이는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 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SCEWC)’에서 스마트 시티(지능형 도시) 신경망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IBM은 최근 대규모 연산 작업을 요구하는 AI에 특화된 새로운 프로세서인 ‘파워9’을 장착한 차세대 시스템 서버를 발표했다. 새 서버 시스템은 딥 러닝 연산 시간이 기존 서버 대비 최대 4분의 1로 단축돼 기업이 한층 더 정확한 AI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IBM 측의 설명이다.
반도체 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AI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용 하드웨어 개발에 뛰어들면서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테슬라가 독자적인 AI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AMD 출신인 짐 켈러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에 앞서 구글은 AI에 특화된 전용 프로세서인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지난해 내놓은 데 이어 올해 5월 두 번째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다.
AI 전용 칩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AI 기능을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프로세서는 최대한 정확한 계산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미지나 음성 인식 등 AI용 연산은 소수점 이하 같은 사소한 부분은 과감히 생략한 근삿값이더라도 동시에 많은 계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예 설계부터가 다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칩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것과는 별개로 AI 칩을 설계하거나 설계된 칩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면서 AI 반도체 경쟁을 파운드리 사업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라인을 확충하는 한편 올 5월 파운드리 사업팀을 사업부로 승격시켜 분리했고, SK하이닉스는 7월 파운드리 전문회사인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출범시켰다.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장은 “AI 전용 칩 개발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엄청나다”며 “아직 한국이 앞서간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존 시장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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